나는 1967년에 결혼했다. 지금 징검징검 손가락을 꼽아보니 48년을 같이 살았구먼. 몇번의 이혼한다는 쇼를 했었다만 똥싸고 그 자리에 줒어앉은 꼴이라 할까...소위 100년 해로로 나가는 중에 있읍니다요.
어떻게 그래 됐는가? 서로가 眞實(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슨 얘기냐 하면, 부부싸움의 거의 전부라 할까 하는 원인은 서로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서 출발했더군.
너는 이러해서 잘못 났고, 저러해서 잘못 했고, 이러해서 돈을 못번다... 뭐 어쩌구 저쩌구 남이 아픈 것을 꼬집어 내서 삿대질을 하는 기라. 그 말에 일편의 진실이 담겨있지만 그제 전부가 아니지 않은가 하는 것이 나의 변명이면 변명이 될 수가 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 "우리 진실을 말하지 맙시다. 나도 당신의 진실을 다 털어 놓자하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카고... You know what I mean? I hope you do.
그런데 그게 안먹히는 거라. 진실을 말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거다. 내 진실 말이다. 내가 다시 "설혹 진실이다 할지라도 남의 구린데를 들출 필요가 있냐구?" 그래도 나는 진실은 말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 당신은 진실에 살고, 진실에 죽으시구려." 나는 그런 거하고 담쌓은지가 오래 되지를. 당신이 맨날 아무개 철학자, 교회의 어느 목사님 말씀, 어느 스님의 고명하단 설법은 언제 써먹을 작정이요? 그것도 허구 헌날 그런 거에 매달려 살면서...
헌데, 이즈막 70살이 넘은 내 여편네한테서는 그넘의 진실철학이 깡그리 사라졌더군. 하긴 훨씬 전이 되겠지만... 뭔가 철이 들었던게야. 그동안 지내고 본 바로는 그 때 그 시절에 진실이었던 것이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진거라. 내가 총각시절에 혼자 살때의 진실과 둘이 붙어서 살게된 현실에서는 그 의미가 매우 달라진다. 두 사람의 진실이란 것이 등장한다구요. 그런데 처녀시절의 진실을 잣대로 놓고 남편을 이렇쿵 저렇쿵하는 것이... 그게 아니다라는 것을 드디어 깨닯았다고 할까?
진실이란 것은 상대적이고 시대와 공간에 따라 늘 변합니다요. 내게 옳은 것이 남에게도 옳지가 않고, 어제의 일이 오늘에도 마땅치가 않고, 한국에서 먹히는 것이 미국에서는 통하지를 않지요. 그런데 남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사는 가로 시비 아닌 문제를 삼는 것은 우리집 여편네의 사고방식과 그리 멀지가 않다는 생각입네다. 다행이 내 집사람은 더 이상 그런 짓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지요. 내가 여자 손에 놀아나려고 결혼한 것이 아니지 않오? 그런 진실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자기의 진실을 들으면 발끈 합디다. 자신의 진실은 싫어하고 남의 진실은 진짜 진실이고... 허 참내, 이런 진실한 일이 다 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