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이란 게 무었인가를 알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책도 있길래 사봤는데, 남들이 수필이란 글을 모아놓고 이런 것이다~는 쪼의 책을 팔아먹더군. 내 턱무해서... '뭐 이런게 다 있어'라는 불쾌한 맘이 들었었다.
또 다른 곳을 살피자니, "수필이란 그저 발 닿는 대로, 마음내키는 대로 산보하는 기분으로 쓰는 글이란다. 이 양반들이 듸게 할일도 없구나 했었다만, 내가 오랜동안 인터넽에 글을 올려오다가 보니... 하긴 그런 글도 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겠다.
무슨 할 얘기가 없어서 그런 한담을 할거냐고 물을 분이 계실지 모르나,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독자가 거기 어디에 계실 것을 상상해서 어떤 목적이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지 않겠는가?
어떤 이는 특정 종교에, 어떤 이는 정신건강을, 어떤 이는 한 많은 맺힌 원한을, 어떤 이는 한국에서 돌아가는 비리를, 어떤 이는 정치적 신념을, 어떤 이는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서 이런 열린마당에서 활략하고 계신다~ 할 수 있다.
내 딴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줄곧 글을 써왔건만, 시비는 분분해도 동조하는 댓글은 별로 없이도 매일 이곳을 찾아든다. 그 이유는 뭘까? 발가는 대로, 아니면 맘 내키는 대로 산책하는 기분에서 쓴다고 해야 할지?
내 동창들 내지 知人(지인)들에게도 수많은 이메일을 보내주어 왔건만 누구하나 고맙다는 인삿말을 참으로 구경하기가 어려웠었다. 처음에는 분개했었지. 넓은 세상에 흩어져 사는 현실에서 자주 대면하기가 쉽지 않은 바라 인터텥라는 편리한 매개체로써 서로의 안부를 알아보고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뭐가 나쁘겠나? 그런데 절벽에다 대고 야후를 불러댓자 들려오는 소리는 고작 내 것이었다. 마치 텅빈 극장의 한구석에서 혼자서 웃고 울고 손짓 발짓 하는 어떤 배우라 할까... 세상 인심이 이렇더군.
무슨 대화라는 걸 하려 하면 상대도 뭔가를 말해야 서로의 관계가 계속되겠지만 화제를 잃은 사람들을 상대해서 혼자서 떠드는 것이 과연 영어로 dialogue라 할 수 있겠는가? '대화는 人情(인정)의 다리'라는 말이 있더군. 부부간에 지지고 볶는 관계도 무시기 다리가 있기에 망정이지, 서로가 아예 포기한 상태에서는 싸우고 말고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느그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를 물은 적이 있었다. 한다는 소리가 "뭐를 알아야지 쓰지"... "그러면 수필을 쓰려므나" 남의 글을 평생토록 읽던 사람이 자기 이름 석자 외엔 글줄을 만지작거리지 않았던 처지에 갑자기 뭐가 터지겠는가? 그런데도 모두들 대단한 別號(별호)라던가... 하는 銜字(함자)는 즐겨쓰더군.
내가 뭐라고 했는고 하니, 號(호)를 가지면 글줄이 터지냐고? 댓글조차 달기 귀찮아 하는 녀석들이 그런거 달고 다닌 꼴이 가관이라. 세상의 무슨 일이든지 처음에는 어줍을지라도 시작이 반이라고 계속하다가 보면 무시기 대단한 것까지는 욕심이라 할지라도 최소한도 '발 가는 대로 맘 내키는 대로' 뭔가를 끄적거릴 수가 있으련만. 남이 해놓은 것은 쉽게 보여도 제가 막상하기는 그렇게 용이하지가 않습디다. I know, I know...
禪涅槃
선열반2015-04-18 (토) 02:25
Bin Kahn (ID:hesse)[ 2015-04-17 08:36:16 ]
dialogue와 monologue의 차이를 생각 해봤습니다.
Talk show의 대명사 Larry King이 한말이 생각납니다: Good writers are in the business of leaving signposts saying, Tour my world, see and feel it through my eyes; I am your guide.
글을 잘쓰시기위해 일부러 쓰시는 글이 아닌것 익히 알고 있습니다. Larry King이 한말데로, 선열반님은 님의 눈으로 관찰한 세상을 님의 글을통해서 우리에세 소통해주시는 것이라 봅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글들이 매일 샘솟고, 읽는이들은 매일 기다림에 빠지게되고...
dialogue가됬든 monologue됬든...중요한건 독자가 님의 세상을 상상해보게 한다는것...님의 세상에 빠저, 새로운 경험을 해주게 한다는것...그것이 더 중요한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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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 (ID:alexander)[ 2015-04-17 09:25:01 ]
글은 :
1)자기만족을 위해서 쓰는글.(독자가 있든말든 상관안함.)
2)어용글 . 자기의 주관보다 독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쓰는글.
3)쓰레기 글. 포인트도 없고, 있어봤자 이미 다 아는사실을 되씹는글.
즉 읽으나마나 한 글. 이런글은 첨부터 끝까지 읽는 경우가 없다.
특히 여자들이 쓴 글중에 이런게 많다.
4)쇼킹한 글. 미쳐 일반인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이슈를 끄집어내서
논리적 잣대로 쓴글. 이런 글이 사실 멋있는글이다.
5)표절한 글. 남의 글을 짜집기 해서 제것인양 쓴글.
6)횡성수설글. 무슨말을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수 없는글.
이런글을 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즉 자기에게만 통하고 남들에게는
안통하는 글. 여기 열당에도 꽤 있다.
7)배가 산으로 가는글. 쓰다보니 엉뚱하게 삼천포로 빠지는 글.
8)자화자찬의 글. 자기자랑을 하기 위해서 쓴글. 자서전이라고
쓴글은 거의 전부가 자화자찬의 글이다. 챙피하다 싶은건 다 빼먹고
자랑하고 싶은 경험에는 콩고물을 잔뜩 묻혀서 쓰는글.
젠 슨상님의 글은 아마 맨 첫번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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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2015-04-18 (토) 02:34
잘 써진 글입니다.
수필은 글자 그대로 붓 가는 데로 쓰여진 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무심코 반짝이는 조약돌에 박힌 자수정을 보듯.
피천득의 글 <수필문>을 회상하면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자신이 자신을 잊고 자신의 심정을 적나나하게 표현하면서 굴절, 보석같은 구절이 한 개는 있서야 된다는 내용을 읽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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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반2015-04-18 (토) 02:47
가만 있자,
내 글에 보석같은 한 개의 굴절이 있었던가?
갑자기 송구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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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2015-04-18 (토) 03:14
'빈칸'이 표현한 독백과 대화의 차이는;
독백은 혼자 대화하는 것이요, 현재의 나와 철학적 또는 지성의 나와의 교환. 프라톤의 법정변해론(Apology). 프랑스어 mono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