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는 동네 어구에서 지난 몇년동안 큰 건물의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있어왔다. 쇼핑을 걸어서 다니기로 한 내가 늘 그 공사장의 중간길을 통과하고 다녔다. 왼쪽 보도옆의 수십년 자란 소나무를 잘랐고, 오른 쪽으로는 중장비나 대형트럭이 드나들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여기저기에 때로는 stop sign을 든 인부가, 어떤 때는 보도의 양쪽을 막아놓고 저희들 편리한대로 보행자들을 몰아붙였다.
어느 날 Walmart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목에서 길을 건너려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다가 흰색 처놓은 곳을 약간 비켜가려니, 그 근방에서 어정거리던 한 중년의 백인노동자가 곧 바로 흰선 안으로 걸으라고 소리쳤다. 이미 불편한 사태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참이라 무시하고 내 갈길을 가려던 참에, 이 친구가 내 등뒤에서 욕지거리를 하는 거라,
내가 돌아서서 그의 코앞으로 가까이 닥아가서,
"네가 무슨 권한으로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임마가 하는 말이,
"니가 지금 횡단보도의 범위를 벗어나서 공사일이 진행되는 곳까지 침범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럴만한 직책을 네가 받아쥐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느냐? 내가 보니 너는 그런 일이 네게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슨 싸인표라든가 그런 표시를 너는 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라고 말하면서 내 갈길을 재촉하려니 등뒤에서 FK의 쌍욕을 하는 거라.
내가 다시 그의 코앞에 들어닥치며, 너희들이 이곳에서 주민들에게 불편을 준 일을 상기했다면 지금 네가 나한테 한 쌍욕을 감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길의 좌우를 철망으로 막아놓고 "이리로 가라 저리로 건너라"... 이게 말이냐 되는 소리냐? 큰 소리로 그를 나무래고 그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지 상관많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물론 불쾌한 기분으로. 내가 동양인이라서 이따위 짓을 서슴없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한번 잘 뽄때를 보였다는 생각도 했지를.
몇일 후에 대여섯의 노동자패들이 모여있는 자리를 피해가노라니, 금마가 난데없이 나타나서 "That's him. He provoked me the other day as I told you... 내가 대뜸 그 조장으로 보이는 등치에게 다가가서 "지금 점마가 한 소리는 맬짱 거짓말이다. 느그들이 이곳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면 그따위 건방진 말투로 누구에게 what to do를 호령할 처지가 아니지 않는가? I was pondering to report the unpleasant incident to your office supervisors. 뭐 어쩌고...
그 조장되는 녀석이 고개를 끄떡이며, "You got it right" 이라 하니까, 다른 넘들이 모두가 웃더군. 이 때도 조장의 코앞에서 콘 목소리로 이렇게 나가니까 조장도 기가 죽는지 웃는 얼굴로 나를 그렇게 달랩디다. 내가 원래 성악한답시고 목청을 잘 가다듬어 놨으니 망정이지..., 하여간에 이 경우에 생각지 않게 한번 잘 써먹었구 마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I am sorry" 케싸고 비실비실 물러나야 하것오? 그런 하치 노동자가 동양인이라고 깔보는데. 초장부터 된소리 않된 소리하는 판에 존경스럽게 굴어야 합네까, 아니면 그의 권리를 尊重(존중)해야 합네까? 卓上空論(탁상공론)이란 말이 있읍네다. 현실에 무모하게 시비를 당해서는 어떻게 처신할건가를 미리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네다.
예전에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 내 아버지가 엉뚱한 대공사를 시작해서 노동자들이 내 집앞에서 한동안 일했었지요. 내가 가끔 나가서 돼가는 일을 살피던 중에 어떤 분이 자기를 소개하면서 "니북에서 자기가 가다였다. 평양에서 한때 주름을 잡았지"... 뭐 그런 말을 합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네가 혹시 싸울 일이 있으면 주먹을 날리기 전에 말빤찌로 상대를 굴복시켜라. 그리하고 나면 주먹쓰기가 매우 쉬워진다나..." 그러면서 어떻게 헤딩(heading)을 해야 하나도 일러주더군. 마~ 그런 겁니다. 그 세계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