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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 누이야 받아 보아라
글쓴이 : 6070 날짜 : 2012-04-15 (일) 06:54 조회 : 887

Wed. Feb 3, 2010 10:20 AM
오빠:

일어를 1년 배우더니 '오빠 생일을 축하합니다'를 '오탄죠비 오메데고자이마스'라. 이어 '오탄죠비 오메 대도우 고자이마스'로 고쳤구먼. 우아튼 탱큐~~~ 
누나 소식주어 고맙다. 벌써 두달된 네 손녀 지은이가 무거워지는데 너를 올려다 보며 사정하는 표정을 보고 안아주고 있구나. 무릎 조심하거라. 여기 네 올캐는 일곱 손주의 그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안쓰럽게 여기다 가끔 무릎뼈가 아파 아야 아야 한단다. 네 올캐가 틀어 놓은 리고레토와 김암 노래 쇼팡의 이별곡이 내 귀에 들리는 구나. 
내가 누님에게 올려 보낸 약을 (10년 갑상선암 투병에) 미쪄 본전이니 꼬박 달여 드시라고 격려하여 드리길 바란다. 살아 계실 때 잘 모시는 게 최고. 네가 절에 계시던 어머님이 입춘에 반찬 장만하시느라고 분주하신 모습과 여자는 한시도 쉬면 않된다는 말씀을 울적하게 기억하고 있구나. 괜찮다.
이 오빠가 910킬로미터 떨어진 양노원에 계시는 장모님을 뵈려고 좋아하시는 김밥과 초밥을 사들고 다녀 왔다. 초밥은 우리 먹으라고 하셔 돌아오면서 먹고 집에 오전 6시 넘어, 스무시간 운전하고 온 셈. 네 이메일의 입춘대길 축복주는 말을 열어 보았다.

'입춘대길 소문만복래 봄에 대길(大吉)이가 찾아 오고
,함박ㅎㅎ 웃음있는 집엔 만복(卍福)이 녀석 돌아 온다'고? 맞는 말일 께다.

전에 후암동 언덕에 거할 때 '높은 추녀'(고헌高軒) 경례京禮누님에게 얻은 한문책을 열어 보니 정붙일 사람없는 왕소군王昭君의 봄날을 이백이 읊었구나.

정서에 메마른 오랑캐넘들이 사는 땅에 (호지胡地)
메마른 초원에 화초가 보이지 않으니 (무화초無花草하니)
봄이 찾아 왔으나 봄이 오지 않은 것 같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허리가 자연히 느슨해지니 (자연의대완自然衣帶緩하니)
미인이 되고저 해서가 아니라 (비시非是)
고국 생각에 몸이 초췌해진 거로다 (위요신爲腰身이라)

ㅁㅁㅁㅁ 웁빠로 부터
자형과 경덕이 집안네, 작은 언니 집안 안부 전하며 누님 2월 9일 재검결과를 기다린다. 암 10년 넘으면 제 목숨 사시는 걸께다. 그 동안 너희들 욕봤다.
2010-02-03 08:13:40


6070 2012-04-15 (일) 06:54
Daniel Kyungyong Pa [ 2010-02-03 11:01:37 ]
저는 짝퉁. 지식을 쬐끔 칠한 멍청입니다. 공부해도 생각을 제대로 하지 않아 멍청하고 생각 많이 하고 책을 게을리 하여 실천못하고 잡지식으로 입을 놀리고 있으니(공자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그냥이 아니라 짬뽕 짝퉁 그것이다. 장남으로 미국 온지 35년. 부모형제를 제대로 걷우어 드리지 못했으니 시침뚝뗀위태멍청쓰레기통. 형제자매들아 미안하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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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 2012-04-15 (일) 06:54
Daniel Kyungyong Pa [ 2010-02-03 12:33:55 ]
일찌기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사옹께서 책을 너무 세밀히 읽는 것이 옳지 아니하고 이치를 익숙하게 강구해야 하는 법이니 고집을 꺽고 공평하게 사물에 재주를 피우지 말라하셨거늘 이 못할망정 내 일찌기 집념이라도 있섰으면 좋았으련만 염문(艶文)에 능통하고 서가(正書)에 정서가 꼽혔건만 못난 것 보듯 훑어 버리고 살았으니 삶이 내 편한대로 흘렀고나. 빈손 들고 태어나 지헤라도 움켜줬다 놓았으면 원이라도 없겠구만 주름진 손등에 노반만 더글더글 처음 올 때 처럼 곱지도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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