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미천한 천출, '작은 제자'(小弟)가 영접하고 있노니, 앉을 자리가 처처(處處)요, 오를 옥좌도 열댓개로다.
남 걱정하다 즈레 죽은 장사왕 가태부 분봉왕 자리부터,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영의정 자리며, 내노라 하는 거드름의 육조판서 자리며, ... 양편에 늘어 선 회나무 앞에 동반, 서반 가리지 않고 함께 배석하여 담론에 파안대소하니 페르샤 카펫, 서장[티벳]의 융단, 앙고라 보료에 잔칫술이 흘러 개울을 이루도다. ... 멧방석, 비단금침하며 용상(龍床)에 어좌(御座)에, 지존(至尊)의 궤하(机下)에, 선사(禪師)의 예하(猊下)에, 목회자의 강대상에....
미미하게 작은 제자, 열린마당 질경이에 맥고모자 놓고 앉아 사방을 둘러 보니 땅위의 만물에 중용의 길[道]이 있서 서로 비켜주며, 중천을 바라보니 하늘과 땅을 숲과 잔디가 이어 주고, 위로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니 '신성한 하늘'(성천聖天)이 그 어디 따로 있더냐? 뜬 구름이 흩어지는가 싶으면 뭉쳐 가니 이로써 천지만물이 그 있을 곳에 자리하고 다소곤히 앉은 세상이 하 넓도다. 열린마당이 그 잃어버린 고구려 동북삼성보다 넓고, 소를 키우는 외양간은 허쿨리스의 오지(Augean stables)보다 넓고, 천리마를 키우는 목초를 걱정하랴, 쌓아 놓은 소똥말똥 버릴 발해만이 적다할손가?
뜻을 세워 입지(立地)가 이럴진데 이 넓은 마당에 대인군자를 모실 자리 없다 어느 왕후장상이 하문하실 수 있을손가? 오만(五萬) 광대 줄타기 묘수(妙手)를 구경할 왕골자리 광장이 없더냐?
유비가 누상촌에서 돗자리 짤 때 팔려고 하지 않고 돗밥을 뜯지 않으니 관운장과 장팔사모의 절을 받으려 함이었고, 강공(姜公)이 미끼없는 낚시를 던짐은 사람을 낚으려 함이니 연목구어하며 그가 깔고 앉은 멧방석이 사람 눈에 뜨이지 않았음에 강가에서 붉은 채단을 바람에 나붓기게 하여 문왕의 눈에 뜨이도록 하던 계략이었음이니 자리가 부족하여 만인의 눈에 뜨이지 않거든 푯대에 기치(standard)를 높히 올리자.
예에서 청송에 오죽을 가리랴, 사노(私奴) 만적의 씨를 가리랴, 항차 서출인 공자, 안자 및 레오날드 다빈치를 가리지 않는 용인술(用人術)이 예 있다 하노라!
이 혼연지기는 마음에서 나오느니, 그 배짱이 원래 타고난 의지(意志)련가.
벼슬이 문제던가 작위를 제수함에 그 어찌 인색할 필요가 없으니, 관작은 말로 주면 되는게니, 어찌[何] 그리 헛헛(虛虛)하다면 황마지에 추사체로 일필휘지하고 관대와 녹봉을 하사하면 될게 아닌가?
배짱만 있다면야 김정일이 문제더냐, 카다피가 문제더냐! 처사(處士)가 문제더냐, 극빈대접하는데 제 아니 오고 배길소냐.
온다는 안 온다던 새 사람이 봉창에 당도했다면 먹던 수저 놓고 맨발로 대청아래 뛰어내려 쫒아 뵈워 안으로 모시는 주공단의 성의만 있다면야 천리 만리 미영불쏘중독일, 대마도 꽘도, 아이슬랜드 에스키모, 오호십륙국, 흑백황적이 어찌 찾아 않오리요?
천공(天空)에 두둥실 달속에 이태백이 뉘놀던 계수나무아래 왕골자리, 군자가 출가하여 독수공방된 사부인과 재회시켜드릴 은하수의 오작교 하며, 망나니 쳐넣어 사람 만들 블랙홀(흑두黑竇).
팔각정 사방으로 멧방석 깔려 있고, 동서로 동궁, 서궁에 화살꽂이 과녁도 있구나. 사무실이 남아 돌아 OFFICE SPACE AVAILABLE 팻말이 서 있는데 방이 없단 무슨 말쌈?
백이숙제를 위해 일구어 놓은 고사리-고비밭, 성삼문-박팽년-하위지-유성원-유성룡-이개-김문기 님의 자리하며, 죽림칠현 은사(隱士)들의 청간정하며, 못다한 마음을 쏟아낼 변소깐 신천옹(神天甕)하며 그 어디 하나도 모자란 게 없음이 분명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