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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대(不毛地帶)
글쓴이 : wind 날짜 : 2015-12-04 (금) 12:02 조회 : 590

필자는 “이것이 내 인생의 끝인가” 싶도록 심각한 좌절의 늪에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괜찮게 돈벌이가 될 듯 싶어서 하던 공부를 일시 중단하고 조그만 사업을 했는데 자금부족, 경험부족으로 3년만에 깨끗하게 들어먹은 것이다. 학위는 학위대로 못 끝내고 빚은 빚대로 지고, 이것도 저것도 모두 실패한 막막한 심정에 있을 때 읽은 책이 야마자끼 도요꼬(山崎豊子)라는 여류 작가가 쓴 소설 “불모지대(不毛地帶)이다.

 소설의 주인공 이끼 다다시(壹岐正)는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로 2차 대전 말기에는 전쟁 지휘 총사령부인 대본영(大本營) 작전과의 참모 장교였다. 이끼 중좌는 소련군에게 결사항전을 고집 하는 관동군에게 천왕의 항복 명령을 전달하고 무장해제를 설득하라는 참모총장의 밀명을 받고 1945 8 16일 도오꾜를 떠나 만주 신경(新京)으로 간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기의 비행기 좌석을 부상으로 의식이 없는 소년 비행병에게 양보하고 본인은 거기에 남아서 관동군의 지휘로 들어갔다가 소련군의 포로가 되었다.

 그후 소련군에 의하여 전쟁범으로 기소되고 시베리아 수용소에 보내져서 11년 동안 강제노동, 그야말로 생과 사를 오가는 극한의 상황을 거의 초인적인 인내로 극복하고 조국으로 귀환하지만 그 사이 일본은 너무도 변해 있었다. 일본은 이미 패전의 상처를 말끔히 씻고 이제 경제대국으로 변모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가족과 재회의 기쁨도 잠시, 이내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 “이제 와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자신은 육군 유년학교와 사관학교에 진학하고 또 장교로 임관된 이래 군인 이외의 인생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중년의 나이에 패전국의 귀향 병으로 돌아온 자신이 그렇게도 초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의 한계 상태에 빠졌을 때, 비로소, 문제를 머리로 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덧없음을 이해하였기 때문에 “苦(고난)에 저항하기보다는 차라리 그것을 내 가슴에 품자”고 각오한다. 그것을 자기 안으로 거두어들일 경우에는 머리로 생각할 때는 몰랐던, 또 다른 자기의 존재가 보이는 것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부도를 내고 자살한 중소기업 사장의 기사를 읽으며 필자는 문득 내 사업 실패 경험과 더불어  전에 읽었던 불모지대를 떠올렸다. 사람이 살다보면 천길 만길 벼랑끝에 몰려있는 자신을 발견한 때가 더러는 있는 법이다. 이 때야 말로 손을 뻗쳐 봐야 잡아줄 사람도 없고 소리를 질러 봐야 들어줄 사람도 없다. 그러나 이때 어려움과 정면 대결하여 그것을 엎어누르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어려움을 자기 품안으로 거두어들일 것인가? 하는 것은 자신만 내릴 수 있는 결단이다. 필자가 체험한 어려운 시절 소설의 주인공에게 공감하여 위로를 받은 것은 고난이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서 그것을 품안에 껴안아서 해결하는 그 자세였다.

 소설 불모지대의 모델은 이또쥬(伊藤忠) 상사의 회장을 역임한 세지마 류조(瀨鳥龍三)라는 실제 인물이다.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강제노동을 치르고 석방이 되어 일본에 돌아 온 때가 나이 44세인 1955,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30대를 시베리아에서 어이없이 날려보낸 것이다. 그러나 세지마는 1958년 이또쥬 상사에 촉탁사원으로 입사한 이래 항공기 석유사업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1968년 전무이사로 승진하여 ISUZU 자동차와 GM의 제휴를 성공적으로 이루었고 부사장을 거쳐서 회장까지 맡았다.

 한 인생을 살다보면 삶의 모퉁이 마다 크고 작은 굴곡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랜 인내 끝에  전국시대의 일본을 끝내고 천하를 움켜쥔 도꾸가와(德川家康)는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 같다고 했는가.

 사기를 당해서 회사를 날리고 인간불신(人間不信)에 빠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인생의 한 단면을 맛볼 절호의 기회였다고 각오를 새롭게 하는 사람도 있다.  권력 중심에 있다가 떨려져 나와서 감방 신세를 지고 권력의 허무함을 한탄하는 사람도 있고  죄수의 몸으로 감방에 있으면서 자기 자신을 관망할 수 있었다고 감사하는 사람도 있다. 입시에 떨어졌다고  좌절하는 학생이 있는가하면, 실패를 통해서 자기 자신이 다음에 무엇을 공부해야 할 것인가 알았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밝은 면이나 어두운 면 어느 쪽이건 선택은 본인만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벼랑 끝에 서본 사람만이 천하를 얻을 수 있단다.  

 

 

 


이태백 2015-12-04 (금) 13:55
'벼랑 끝'. '동토(凍土)'지대에 서 본 삶의 본문을 잘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온 마음을 다하여 입지한 사람에게는 과업을 신실하게 성취시키는 남에게 보이는 겉 모양과 함께 그리고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친구이자 적인 마음을 수기(修己 self-discipline)하는 숨은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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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 2015-12-04 (금) 14:18
태어나 말을 배우자, 여기에 IQ 210이였던 김웅용(金雄鎔) 교수.
그 부부가 동갑나기 한양大 교수가 낳은 1962년 3월 6일생 신동.
지성인 부부의 자녀교육도 이 우리나라 환경도 감당못하는 천재.
물론 IQ 210이란 건 어렸을 때 같은 또래와 상대적 비교치이기에
그 당시에 어른의 지적수준, 오래 배워 익힌 지혜의 분깃은 아님.
그러므로 새 싹이 보기 좋게 큼이 좋지만 배토(培土)가 좋아야지
될 성부른 나무는 떡 잎부터 좋다는 속담은 항상 옳은 소리 아님.
천천히 오래 가는 지혜는, 꾸준히 절차탁마, 칠전팔기하는 사람이
통계적으로 단연 수위를 차지. 대저 그 성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No Cross, No Crown!, 최후의 영광은 절대적 집념, 성실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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