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한 불빛도로에 차를 몰고 모텔로 급히 향하는 한쌍의 남녀. "어쩌면 이렇게 당신을 만나려고 내가 태어난 것 같아요!" "어쩌면 저도 동감이에요!"
이렇게 첫 눈에 반해 반려자로 갑자기 깨달은 돈오(頓悟). 여인이 남자를 잘 만나야 하지만 남자 또한 스승과 여인을 잘 만나는 도리.
갑작스런 이런 깨달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홍금보장(red silk screen)을 펼치는 귀한 영혼끼리 만나기까지는 당(唐) 현종의 사부 방현령(方玄齡) 말과 같이 '스승이 필요합니다'라듯, 탈무드의 초석을 세운 힐렐(Hillel)과 정주학을 승계한 '유 양'처럼 스승이 있서야 하고, 처음에는 스승에게 혹독하게 찬 밥덩어리였습니다.
홀어머니를 모신 힐렐은 하루벌이. 수업료가 없서 천장(hatch)으로 교실을 내려다 보다 어느 날은 밤날씨가 춥자 얼어붙은 밤도둑으로 오해받았고, '유천자'와 '양귀산'이 정호(명도. 1032-1085) 선생을 뵈오려 갔으나 스승의 아우 정이(이천.1033-1107)께서 조각자 나무 밑에서 명상에 잠겨 계셨는데 드디어 깨어나신 후 첫 말씀이 "물러가라!"였답니다. 그 때 눈은 한자나 쌓였는데.
그러나 앞의 힐렐은 탈무드의 초석을 쌓으신 분이 됬고요, 정호선생을 뵈러갔던 두 분은 후일 드디어 '정문 4선생'이 됬더랍니다.
그래서 어쩌면 주역에 이른 바 용이 잠자며 서린 것은 용문에 오르려 함이요, 자벌레가 몸을 굽히는 것은 1보 후퇴에 2보 전진을 위함인 것같다는 기다림의 법칙이라 비유할 수 있을런지요?
만약에 이에 동의하신다면 이를 두고 정신의 진화는 '점진적 수양(점수漸修)'법이 흔히 있는 경우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하여 제가 인용하옵는데에 이름이 중요하리오만은 이름도 없는 도교의 어느 사부가 마음을 수련하는 단계로 8마리의 소(牛)를 그렸는데, 12세기에 곽암선사(廓庵禪師)가 두 장면을 추가하여 10개의 수련단계로 '소를 찾는 그림(심우도尋牛圖)'을 그렸답니다. 정신의 진화에 대한 저의 그 눈동냥이 다음이었서요.
1. 동자(童子)가 소를 찾는 장면(심우尋牛):소(牛)를 잃었네요. The Search for the Bull. 소는 곳 내 마음, 나 자신 또는 목표. 그러나 애초에 잃지 않았고, 그러나 얻으려하는 욕구가 불타올라 시비분별력이 어지럽게 일어나네요.
2. 소의 발자국을 찾다(견적見跡):마을, 들판에 있네요. Discovering the Footpri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