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라고 욕할 줄 모르는 게 아니다. 점잖게 쌍욕할 수 있는 기회가 없섰던 것 뿐이지 산골짜기라도 들어가 욕하고 싶은 걸 참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호(號)를 '시냇가로 물러서서'라 퇴계(退溪)라고 짓고 싶었지만, 간간히 만나뵙는 이황 선생이 욕할 때 이 말을 벌써 쓰고 계시기에 할 수 없이 '밤나무 골', 율곡(栗谷)이란 아담한 이름을 호로 정하고, 날을 잡아 그 곳을 찾아 어느 밤나무밑으로 숨어 들어 갔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 보니 다행히 아무도 없기에 땅을 파고 다 익어 터진 밤송이를 나무가지로 까면서 평소에 참고 있섰던 욕을 혼자 하기 시작했다.
"말 위에서 똥싸는 년을 뭐라하는고?" 예 질마지(疾馬池)라 합니다.
"여자의 것을 뭐라 하는고?" 예 포궁(胞宮) 못에 애를 밸 수 있서 보장지(寶藏池)라 합니다. 사람들이 가운데를 빼고들 말하지요.
"남정네의 그 것을 뭐라 하는고?" 예 앉아야 감춰진다고 좌장지(坐藏之)라 합니다. 사람들이 가운데자를 빼고도 틀리게 말합니다.
"고자의 그 것을 뭐라 하는고?" 예 서있서도 감춰진 것처럼 보인다고 입장지(立藏之)라 합니다.
"위에서 싸는 놈을 뭐라 하는고?" 예 상사지(上射之)라 합니다.
"항상 빳빳한 놈을 뭐라하는고?" 예 강중(强中)이라 합니다.
"설명 좀 할지어다!" 예 '가운데 다리가 강하단 뜻이온 바, 발기되어 수구러들지 않고 제 때 싸지도 못하면서 저절로 흘러나옴을 말합니다. 예. 강중병자, 경장흥성, 불위, 정액자출이라 합니다. (그러면서 나무가지로 한자로 쓴다.)─ 强中病者, 莖長興盛, 不萎, 精液自出也
"고럼 마지막으로 어지자지란 뭔고?" 예 남녀추니를 묻사온 것인 바 여지자지(女池子之)의 잘못된 발음입니다.
이는 율곡선생이 성천자 황제(黃帝:공손헌원公孫軒轅)가 화서(華胥)에 놀러간 꿈을 꾸고 놀러갔던거라.
후일 김삿갓이 그 동네를 지나가며 아낙을 두고 '뒷마당에 열린 밤송이는 건들지 아니하고도 벌어지누나'라고 시를 읊었노라.
더 뒷날 쉬나이드(Schneid)가 보의(밤껍질)가 얇고 평양에서 자복률(子福栗), 쌍두밤이라 부르는 속이 알찬 그 함종밤(咸從栗)을 보고 거웃같고 빳빳한 솔같다고 Castanea pubinervis라 이름하고, 나까이(장정長井)가 맛을 보더니 달콤하다고 자기 이름을 붙여 f. dulcissima Nakai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