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방학을 맞아 점심값 주는 보런티어 인턴으로 새벽부터 밤까지 출퇴근했다. 그 곳 책임자가 째째하고 직장의 부조리에 대해 가끔 말해도 게으름 피지 않아 대견했다. 말하는 품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의젓하다. 저러다 제 짝을 만나 결혼하면 살림도 잘 하고 좋은 어미가 되고 사회인이 되겠지, ..생각했다.
며칠 전이다. 귀가가 늦는 딸 아이방에 일이 있서 들어가려는데 아내가 앞을 막는다. 들어가지 말라는 거다. 내가 보아둔 책을 한 권 꺼내려 들어간다니까 그거나 들고 나오지 다른 건 보지말란다.
그러마 하고 호기심어린 마음으로 딸의 방을 열었다. 나는 입을 딱 벌린 채 그 자리에 밖혀 섰다. 놀라워도 이렇게 놀라울 수 없고, 어이 없서도 이럴 수는 없다.
방구석, 이 건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 개판이다. 풀더미를 파딩귀는 암탉의 소행과 다름없다. 방바닥에 벗어놓은 옷부터 시작하여 양말, 모자, 책, 받아둔 꽃, 연필, 휴지, 스카프, 가방, 휴대폰 충전기, MP³, CD 플레이어, 메모지, 머리끈, 머리띠, 예닐곱개 가방, 수없이 많은 옷들.
그리고 책상 위를 보던 나는 또 한번 놀랐다.
"엄마, 내 방 건들지마." 딸 아이가 노란색 종이에 써놓고 간 메모지다.. 접착부분이 말려 올라간 걸 보면 오늘 아침에 써 놓은게 아니다.
이 <펌>에서 느낀 점은 2 베드룸 콘도에서 사는 막내 딸과 사위 역시 고물상쥐, 믿을 수 없는 머슴애쥐(pack rat, pac-man)라는 점이다.
개판으로 늘어 놓은 장남감이며 크레딧 카드, 빌, 입금전표, .. 내 아내가 뭘 치워주려 하면 "엄마 그녕 둬요. 우리가 나중에 못 찾아."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시어머님도 우리보고 돼지처럼 산다고 말씀하셨는데, 애들 아빠가 '우리는 돼지처럼 행복해요'랬서요."
간밤에 사위가 장모님에게 흰 봉투를 건네주며 "크리스마스, ..어쩌구 저쩌구"하던데 못 들은 척 시침 뚝 땠다. 이미 내 옆에서 말하는 걸 들었거덜랑.
오는 길에 그 봉투를 열어 보라고 했더니 커리라이스 한 통 끌여다 준 망울이 어째 대꾸없다. "그 얼마야?"라 추궁하자 "2백뿔"이라기에 "흥 배뿔넣쓰면 죽여야졔. 바깝은 바다와야지."
갸뇸들은 뭐 밤낮 집을 봤다, 틀렸다, 계약했다, 좁은 이 집을 팔아야 한다, 해약했다, 그제는 또 얼마짜리인데 4십만불 떨어져 사기로 했다뭉서? 지네들 둘이서 벌어드리는 수입이 다른 녀석들과 엇비슷한데 노상 돼지우리에 살고 있잖아. 4십만불이 홍어좆이야? 도대체 집을 사야 사나부다 하지. 그거 사면 넓어서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