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입은 바위가 호텔 커피숍에 들어섰다. 그는 TV에서보다 훨씬 크고 단단해보였다. 운동선수라기보다 높이 183㎝, 무게 95㎏의 어떤 물체처럼 느껴졌다. 미국인 에릭 테임즈(29)는 지난 24일 올해 한국 프로야구 MVP로 뽑혔다. 외국인 선수가 프로야구 MVP에 뽑힌 것은 1998년 타이론 우즈와 2007년 다니엘 리오스에 이어 테임즈가 세 번째다.
2014년부터 NC 다이노스의 1루수이자 단골 4번 타자로 뛰어온 그는 올 시즌 NC가 치른 144경기 중 142경기에 출전해 홈런 47개와 도루 40개를 기록,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의 ‘40―40 클럽’ 멤버가 됐다.
테임즈는 2년 연속 홈런 50개 이상을 친 넥센의 박병호(29)와 MVP 경쟁 끝에 99표 가운데 50표를 얻었다. 그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내년에는 50홈런을 목표로 하겠다. 내년에도 MVP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테임즈를 만난 건 MVP 투표 결과 발표 하루 전인 23일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그는 “내일 MVP가 됐으면 좋겠다. 후보에 오른 선수들이 다 그렇겠지만”이라며 웃었다.
2014년부터 NC 다이노스의 1루수이자 단골 4번 타자로 뛰어온 그는 올 시즌 NC가 치른 144경기 중 142경기에 출전해 홈런 47개와 도루 40개를 기록,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의 ‘40―40 클럽’ 멤버가 됐다.
테임즈는 2년 연속 홈런 50개 이상을 친 넥센의 박병호(29)와 MVP 경쟁 끝에 99표 가운데 50표를 얻었다. 그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내년에는 50홈런을 목표로 하겠다. 내년에도 MVP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테임즈를 만난 건 MVP 투표 결과 발표 하루 전인 23일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그는 “내일 MVP가 됐으면 좋겠다. 후보에 오른 선수들이 다 그렇겠지만”이라며 웃었다.
- 한국 프로야구 데뷔 2년 만에 MVP를 거머쥔 에릭 테임즈는 구운 삼겹살을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한국에 온 것은 아니다”며 “낯선 곳에서 새롭게 야구를 시작하려고 각오했고 그런 나에게 한국은 최적의 나라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한국이 정말 좋다(I just love Korea)”고 여러 번 말했다. 왼쪽 위는 지난 24일 KBO 시상식에서 MVP에 뽑힌 뒤 꽃으로 된 관을 쓴 테임즈. /박상훈 기자
“대학 때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2010년 더블A 리그에 있을 때도 받을 뻔했는데 다른 선수에게 빼앗기기도 했죠. 그때는 정말 속상했지만, 생각해보면 상이라는 건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팀에 얼마나 공헌했느냐가 진짜 중요한 거죠.”
테임즈를 만난 날, 한 온라인 야구게임 회사는 야구게임 이용자들이 뽑은 올해 프로야구 MVP를 발표했다. 84.6%를 득표한 테임즈가 MVP였다. 그에게 이런 얘기를 건네자 그는 “내가요?” 하더니 한국말로 “대이박, 대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목표는 MVP”라고 말했었죠.
“나는 목표를 높게 세우는 사람입니다. 목표를 높게 세우고 최선을 다해야죠. 설령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렇지만 목표는 무조건 높아야 해요. 나의 목표는 매년 MVP가 되는 겁니다.”
-내일 MVP에 뽑히지 않는다면 무엇이라고 말할 겁니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겠습니다. MVP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1년의 마지막 경쟁에서 지는 것은 즐겁지 않지만 어쨌든 나의 팀 동료와 친구들을 시상식에서 다시 만나는 것만도 좋아요.”
테임즈는 201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할6푼2리의 타율과 홈런 12개를 기록했으나 이듬해 시애틀 매리너스로 트레이드됐다. 그해엔 출장 기회도 적었고 성적은 나빠졌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전전하던 그는 2013년 말 NC 다이노스의 러브콜을 받아 이듬해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 지난 24일 MVP에 뽑힌 뒤 경쟁자였던 넥센 박병호에게 큰절 시늉을 하는 테임즈. /조선일보DB
“아니에요. 모든 건 나의 정신에 달려있습니다. 미국에서 나의 성적은 오락가락했죠. 홈런을 쳐야 한다는 스트레스, 내일 출전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굉장히 부담을 많이 받았습니다. 김경문 감독님을 만난 게 행운이었어요. 감독님은 ‘에릭, 너는 매일매일 출전해야 해. 그러니까 늘 준비하고 있어’라고 했습니다. 늘 9명의 주전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저를 심리적으로 안정시켰어요. 한국 프로야구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실전에서는 재능이 아니라 정신력이에요.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죠.”
-아시아 최초의 ‘40-40 클럽’ 멤버가 됐는데요.
“‘20-20’을 달성했을 때만 해도 ‘30-30’은 쉽게 할 수 있다고 농담했어요. 그런데 도루 29개를 한 뒤로 3주간 한 번도 도루를 못했어요. 너무 긴장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30번째 도루를 하고 나서는 ‘40개까지 해보자’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