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노래가 인기인 모양인데 나는 그 노래가 주는 뉘앙스가 늙어가는 처지의 자신에 대한 마지막 발악(?) 정도라고 생각하고 싶다.
젊게 살고싶고, 젊어지고 싶은 심정이야 나이든 사람에게는 다 마찬가지 겠지만, 그러나 그것도 정도 문제다.
가장 꼴볼견스러운게 뭔고하니, 나이 환갑이 넘어서도 2-30대의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경우나, 노래방에서 한곡조 뽑을때도 '홍도야 울지마라' 가 아닌 '엄머나 엄마나' 하면서 꼴값을 떠는걸 볼때다.
85세 할머니에게 '할머니'라고 불렀다고 버럭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자기는 어디까지나 '아줌마'지 할머니가 아니란 뜻이다.
요즘 신중년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60세 부터 75세 까지를 이르는 말인것 같은데, 옛날이면 고래장으로 세상과 이별을 했을 나이다. 그런데 그 나이에 노년에서 장년으로 불리우는것도 못마땅해서 신중년이라고 불러주어야 마음이 편하다는것이 바로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노래가사가 주는 의미가 아니겠나.
그런데, 나이 드는것을 겁내고 슬퍼하거나 하는것은 울창한 푸른숲만 좋게 보이고, 붉게 물든 단풍의 아름다움은 외면하자는 의미와 같다.
단풍은 단풍대로 아름답고, 신록은 또 그대로의 매력이 있는것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나이든것을 감추고 싶은 심정에도 불구하고, 어떤경우에는 나이값으로 기본점수를 올리려고 하는 묘한 심리도 있다.
배호의 '안개낀 장충단공원' 색소폰 연주 김철수(70세)라는 식으로 나이를 밝히면서,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실력으로 연주를 한다 라는것을 과시하고 싶은것이다.
이런경우는 '내 나이가 어때서' 가 아니고 '내 나이에도 불구하고' 라는 의미가 더 어울린다.
나잇값을 하라는 의미가 무엇인가? 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하라는것이다. 옷차림,매너 등등등등..
그런데, 진짜 나잇값을 못하는 늙은이들도 많은데, 그것이 바로 옹고집과 쪼잔함 밴댕이 소갈머리다. 상대가 뭐라고 깔짝거리기라도 한다면 대번에 입술이 파르르르 떨리며, i.e.야소쟁이에게 야소비판을 했을때 나타나는 모습처럼, 머리에 뚜껑이 열려서 울분을 감추지 못하는 성미다.
이런 소갈머리를 가진 노인네는,야소쟁이가 사찰에 들어와서 부처상 모가지를 댕강댕강 날리는것을 보고 '허허허허' 웃으며 애들 장난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스님의 대범함을 좀 배우라고 일러주고 싶다.
나이 그거 물리적인 나이만 먹는다고 슬퍼하면서 '내 나이가 어때서' 라고 발악하지 말고, 정신적인 나잇값을 먼저 하라는 이야기다.
북구라파에 가면 해가 비스듬히 뜨고 지는관계로 새벽의 여명이나 저녁때 황혼의 시간이 아주 길다.
마찬가지로 황혼의 아름다움, 단풍의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유지해 가면서 건강하게 살다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것과 운동이 최고의 보약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