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말 '열자ㆍ설부(列子ㆍ說符)'에 도끼를 이웃 사람이 훔쳐간 게 분명하다고 의심하다가 마침내 도랑을 치우면서 도끼를 찾았다는 의린도부(疑隣盜斧)라는 고사숙어가 있지요.
이 이야기를 워렌 H. 스튜알트(Warren Horton Stuart)가 번역하기를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는데 이웃집 아들이 훔쳐간 줄로 오해하니, 그 애가 걷는 걸 보아도 도적놈 같이 보였고, 그 애가 하는 말을 들어도 도끼를 가져간 도둑놈 말소리 같고 그의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꼭 도둑놈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다 도랑을 치우면서 그 도끼를 찾은 다음 날부터는 그 애의 매너나 행동이 도끼를 훔쳐간 아이처럼 보이지 않더랍니다.
그러나 그 애는 하나도 변한 게 없고, 얕은 의심을 품은 그 사람 자신이 변한 겁니다.-The Injustice of Mere Suspicion'
그러므로 이는 자신의 기억력을 의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무시한 처세술.
이는 스스로를 의심하는 사람(自疑者)이 자신의 의심을 다른 이에게 투영하는 잠재의식이 반드시 있기에 다른 사람을 의심한다(人亦疑之)라는 교훈이 들어있는 아동교과서 동몽선습(童蒙先習) 수준이라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 여론을 조성하는 보도기관 신문방송 기자들과 야당 의원들은 먼저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구설을 만든 사람은 자신에게 도끼를 들여대는 사람이라는데 나중에 그런대로 밝혀지면 '아 그러냐'는 식의 뻔뻔스러움.
이 풍조가 저변에 깔린 한국인의 의식구조, 행동거지가 현주소라면 양심상 절대로 안되겠지요.
남을 의심하는데 판공비(출장비), 세비를 탕진하지 말고, 자신부터 자신의 금도끼로 자신의 발등을 찍히지 않게 자신의 금도끼나 잘 간수하여야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