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두사람의 대화에 잘못이 있었기로, 바로 알리는 의미에서 그동안 곁에서 구경하던 분들에게 자네의 진실된 말을 전해야 할것 같애.
전에 내 다니던 교회에서 야외예배를 본 적이 있었네. 그것이 끝나고 나서 회식을 했었지. 말하자면 친교를 하는 행사에는 먹는 것이 빠질 수가 없다네. 먹는 장소에서 인정이 오락가락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그럼 먹고나서는 뭘하는가? 그냥 집으로 돌아가면 돼지들이 하는 짓이다 보니, 무시기 께임이란 것을 하지를. 줄다리기, 공차기, 보물찾기... 등등의 놀이가 의례 등장한다. 그 중에서 "말 전달하기"란 것이 있었지.
열명씩 나란히 세워놓고 쪽지에 무슨 내용을 첫 사람에게 보여주고 그 다음 사람에게 그것을 귓속말고 속삭이면, 그 말을 되받아서 다음 사람에게 살자기 말해주고... 그 마지막 10번째에 처음의 쪽지에 써준 것이 얼마나 정확히 전달됐는가에 따라서 우승이 결정되는 께임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두편이 갈라져서 이런 말장난을 했는데, 너무나 엉뚱한 "헛소리"가 마지막 사람에게 전달되고 말더군. 모두가 웃고 치웠다만,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들은 것을 곧바로 옆사람에게 전한 것이 모양으로 "배가 산으로 올라갔으니"... 자네가 처음 내게 보낸 글이 이처럼 터무니없는 소리로 끝날 줄을 자네나 내가 어찌 알았으리오.
더욱 재미있는 일은 말이야... 사람들이 이처럼 남의 얘기나 글을 읽어보고 자기가 옳다고 늘 주장하며 산다는 사실일세. 그것도 핏대를 올려가면서... 진짜로 그랬는가, 정말로 내 눈으로 봤는가는 전혀 문제가 않된다. 일단 내 것이 되고 나서는 소위 체면이란 것이 들어선다... 이거야. 어쨌거나 내가 꺼낸 말이니 죽을 시늉을 하면서도 자기가 옳다고 끝까지 우기는 짓을 곧잘 한다는 말이야.
그리하야, 정말 깨우친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남의 말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를. 왜냐? 앞에 말한대로 사람들의 생각성이란 것이 겨우 요정도다~ 이거다. 따라서 黑(흑)과 白(백), 善(선)과 惡(악), 또는 진실과 거짓이란 것이 따로 없단다. 세상살이가 이와같다는 것을 늙어가면서 겨우 어렴프시 나마 보인다고 할까, 알아차린다 할까. 이제 겨우 깨달았는가 하면 여기를 떠나야 하니, 이 세상에는 어리석은 者(자)들만 우굴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