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웃기웃. 열린마당. 그러나 구경은 의무가 아님. 암 말 안해도 됨. 간판에도 써있지 않으나 다 알고 있음.
널판 위에서 '섯다'판이 벌어졌는데, 옆에는 '체스(장기)' 판.
이 곳에서 '섯다'고 신줄나서 외치는데, 저 쪽에서 대꾸하기를 '멍군!'
훈수꾼들이 흥미롭게 양쪽을 기웃거리는 이 '섯다'판은 이성(理性)노름이고, 저 '장기'판은 신성(神性)노름이었다.
이들 사이에 온갓 노털, 성인군자, 현인, 모사꾼, 갑자을축병인정묘 갑돌이 자순이 을순이 .. 청신남녀-필부필부가 몰려 있고, 짝퉁 성현, 자칭 천재, 지존들이 두 패로 갈라져 각편에 훈수하기에 결국 4색당파로 나뉘어진 셈.
역시 돈을 건 훈수꾼들.
꼬평 띠어먹는 사람이 아무리 꼬셔도 죄와 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메피스트파레스와 파우스트가 두는 장기판으로 쏠릴 것이고, 이에 관심밖인 사람은 '섯다'판을 기웃거리거나 아예 이 것도 저것에 관심없기에 발길을 돌려, ~~
열린마당이 넓기도 해라.
산에 오르려고, 누구는 그린을 밟으려고 골짜기를 지나 밋밋한 풀밭을 향해 간다고 상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판에 집착하여 더 진지하게 훈수두는 것은 각각의 취향에 달린 것이지 그 4분의 1중 한 군데만 택해 둘 중의 하나에 찬표 던지라고 권할 수 없고, 찬반표를 던져야만 하는 의무도 없다.
아무리 판돈을 많이 잃어버려도 신앙논쟁은 결코 얻는 자가 없다. 까닭은 신앙논쟁은 마음의 이득이요 비록 손해볼 망정 생산적이 아니기 때문.
다행히 이 열린마당은 돈을 건 훈수꾼은 없다.
따라서 이해관계를 떠나 의리를 먼저 생각하는 그 이판사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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