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이미 화석이며 미래는 오지 않은 꿈이다. 어제란 어제의 오늘이었고, 내일은 내일의 오늘이 될 것이다. 아주 지당한 말인 것 같은데, 현재가 있기 위하여는 과거가 있음으로써 가능하고 미래는 오늘의 준비로서 미래가 결정된다. 여기서 공통되는 것은 시간과 사건의 연속성이다.
다시 말하면, 좋은 과거가 현재를 결정짖고 또 현재의 좋은 소재가 좋은 미래를 낳을 수 있다. 이것은 만물의 당연한 인과관계이다. 그래서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로서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기억으로 축적하고 현재를 그 정보에 따라 판단하고, 또 미래를 예상한다.
그 축적된 자료가 컴퓨타의 장기 기억장치 (Hard Drive)로서,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며, 현실이라는 입력과정 (Booting) 을 거치면서 임시 기억장치로 옮겨져서 현재의 자기로 다시 돌아와서 새 날을 시작한다. 즉, 과거의 고정관념이란 '무의식'의 Hard Drive에서 '의식'이란 임시 기억장치인 Temporary Memory Chip으로 자기의 존재가 각 개인의 개체성을 다시 발휘하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 자기의 생애 중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바깥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었겠는가? 사람들은 달라진 매일의 현실을 현재의 정보라는 잣대로 새롭게 재기를 거부하고, 3 살 때 부모에게서 받은 교육과 훈련에 의하여 만들어 지고 성인이 되는 동안에 축적된 사고에 의존하며 인식하려고 한다. 여기에 과거의 고루한 사람인가 미래의 창조적 기업인인 가의 차이가 난다.
선경의 최종건 회장과 최종현 부사장은 박 대통령의 경제발전의 비죤이 한국 경제에 앞으로 가져올 문제점들을 미리 예견하고 그 해결 방안을 궁리했었다. 한국은 국영 기업체였던 油公(유공)을 계속 국가가 관리할 수 없는 날이 올것이며, 언젠가는 민간 기업이 에너지의 증가해 가는 요구를 석유 자원으로써 뒷받침 돼야 하는 미래를 내다 보았다. 거기에 또 하나 특혜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특혜를 선경만 군침을 흘리며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많은 다른 재벌들도 이 정도는 내다보고 있었다. 그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객이나 실권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고정 관념의 사람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고 성완종회장처럼... 그러면 이런 특혜를 틀림없이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은 무었일까?
여기에서 과거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현재와 미래를 바로 보느냐, 아니야의 갈김길이 나선다. 결국 원유는 어디서 와야하는가 하는 질문에 종착한다. 원유를 확보해 놔야 특혜를 기대할 수 있다.
최종현 부사장은 이런 일이 요구되기 훨씬 전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 장관을 몇년 째 방문해 오고 있었다. 한번씩 갈적 마다 "가쇼기" 장관를 만날 수 있는 뇌물로 20만 불씩 쓰면서 방문할 기회를 요청해 왔었다. 마침내 허락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와 만나서 석유를 사겠다는 말을 꺼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최 부사장은 한국에서 원사 공장을 운영하며 수출하는 회사의 기업인으로서,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실력가들과 회유하며 지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싱가폴의 이관유 전 수상과도 만나서 세계 문제에 대한 그의 고견을 경청했었다.) "가쇼기"가 볼때 뭐 원유를 공급해 달라는 골치 아픈 얘기가 아니고, 그저 자기하고 환담이나 하자면서 20만불 씩 놓고 가는데, 왜 그의 방문을 마다 하겠는가? 이렇게 해서 최 부사장하고 석유장관 "가쇼기"하고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친구가 된 것이다.
몇년 후에 한국 동자부장관으로 양아무개 씨가 한국 정부의 소개장을 들고 사우디의 "가쇼기" 장관을 만나러 갔다. 한국의 현 경제성장을 설명하며 도와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석유의 공급을 정부차원으로 정식요청했었다. "가쇼기" 씨가 뭐라고 했겠는가?
"코리아에서 오셨다고 하셨오? 거기에는 나의 친구 최종현이란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 사람하고 당신네 나라의 문제를 상의하고 싶소."... 지당한 말씀이다.
그에게는 한국정부의 동자부 장관 양씨 정도는 별 의미도 없고 상관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전혀 무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양장관은 빈손으로 돌아왔고, 또 한국정부로서는 선경의 최종현 부사장을 그곳으로 보낼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가쇼기"는 원유를 공급했을 뿐아니라 항만시설, 정유공장의 신설에 필요한 자금까지 무이자로 (모슬렘 국가에서는 이자가 없다) 제공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이 선경이 원유 공장과 시설을 운영할 수 있었던 고정 관념적 해방의 결과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과거에 형성된 아집에 집착하여 남을 용납 못하는 옹졸한 사람이 되어서는 않된다는 것을 나는 원칙으로 삼고 살기를 원한다. 재물의 형성도 마찬가지다. 우선 정신적 인격도야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