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게 뭐야? '조영남' 선생이 시인 중의 '피카소'라고 평하는 '이상'의 《날개》 '펌'도 아니라면 뮝하는 글이야?" "글쎄요. '발가락이 닮았다'가 좀 비슷하 겠네요."】
그러나 ─ 그는 움직이고 있섰고 쉬지 않고 연상의 여인에게 말하고 있섰다. 문도 안 잠겨졌고, 그의 약혼녀가 몰래 장치한 도청장치, 그리고 그의 이 약혼녀는 몰래 보는 관음취미가 있음을 안다. 지금 서재실에 있다. 어쩌면 혼수예물에 대해 알아 보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전 말씀입니다. 어느 장소에 있는 것은 시간에 반비례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짧다면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있다고요. 이렇게 일어나 쉴새없이 움직이고, 머물다 끝내고 없서지는 것 처럼, 말씀드리자면 '성주괴공'이랄지요. 살아 있을 때야 이렇게 어? 그야 ~~" "좀 천천히. 그게 싣달다의 성취란 거라고 전에도 애기했잖아?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그들은 성도착이랄까 변태?, 뭐 하여지간 잘못된 '끼'가 있는 사람들임에 틀림없을 것 같지만 허구 있으면서 도청내용을 혼란시키는 연애를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의 약혼녀를 그녀도 믿보고 있고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걸 원하지 않고 있다.
"절대로 그럴 수도 없을테고, 구설받을 일도 안하겠지만. 만약에 그렇다면 뼈도 녹을껄, '적회소골'이란 말 처럼." "물론이겠지요. 이런 걸 귀발라진다고들 하겠지요. ~수도 있을 수 있겠지만 관객이 흘리는 눈물이 흥횅의 성공을 좌우하는 멜로드라마 시절이 있섰잖아요. 뭐랄까 다수의, 대중적인 잣대로 잡아서요."
"그러나 자네에게 하는 여담인데 '장자'라고 있잖아. 그가 말하길 뭐 '조균부지회삭혜고, 참부지춘추'란 말-들어봤서?" "예 쪼끔요. '아침 이슬 버섯은 저녁이 올 것을 모르고, 대충 그런 뜻 아녀요? 한 여름의 쓰르라미는 봄ㆍ가을을 모른다는 식으로 말에요." "응 바로 그거 아니겠나. 처음엔 좋았는데 주위 환경때문에 약해진다는 말이기도 하는 모양이지." "아니 그럼 이 정돈데도 아직요? 되게 쎄네요."
팽팽한 말이 서로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허고 있는 건 열심히 하면서도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그녀의 뺨은 토마토 빛으로 상기되어가는 걸 감출 수 없섰고, 드리운 점점히 맺힌 이슬은 마르고, 몸은 석류석 화분빛. 심기워진 꽃잎은 엷은 주름진 귀두(turtle-head)를 가진 화초 패모(貝母)같고, 그들의 대화 속에 뻐젓하게 숨쉬고 있는 말. 말의 앞 뒤가 이어지지도 않는 그 되지 않는 말에 원어의 의미가 들어나 있는지.
하여지간 올바른 체신이라 하는 것이 실재로 있는지 모르지만 그들사이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렀고, 재난에 대비하여 서로 묵비권 샤핑할 수 있기까지 많은 말을 나누었다. 이제는 막상 둘만 닥치면 별 말이 필요찮았다. 오늘은 시청자때문에 빨간 전기불 조명도 없고, 배경음악도 읍따. 하지만 사돈네 농사는 잘 지어 여름낮에 오수에 잠긴 그녀와 같이 들판으로.
마치 이삭 위로 고개쳐든 쭉정이가 바람을 만나면 비참한 모습으로 변하지만, 벼는 익을 수록 고개 숙이듯 서로 만나면 어느 쪽에서 요구안해도 그리 자연스레 고개 숙인다, 이삭알은 점점 단단해지면서,─구축계옥지제, 수수의비라고.
그들은 순간순간 엥구비치며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표범에게 쫓기는 집없는 암수 원숭이처럼 이 나무가지에서 숨기 좋은 잎이 무성한 저 나무가지로 건너 뛰고 있다.
아니면 그의 마음 속엔 약혼녀가 인기척을 내지 않는 걸 보면 뭘 하고 있을까? 그녀 말대로 혼수준비로 캐달록을 뒤지고 전화번호를 입력시키고 있을까?
그의 마음은 다시 옹기굽는 곳으로 긴 막대로 가마 속에 불을 살리고 있다. 자기 스타일대로 질그릇을 가마에 넣고 굽고 있섰다.
그러나 거의 똑같은 모양으로 성형해서 가마에 넣지만 똑같은 모양으로 생성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잘 구어지고, 더러는 깨어지고, 포개진 채로 미묘하게 그릇 두개가 붙어져 나와 서로 떼어내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초벌구이에 상감을 해서 채료를 넣어 그림을 그려 모양을 좀 고치고, 유약도 발라 다시 구워 자기의 미묘한 점까지 끌어올린다.
한편 그와 같이 있는 그녀 역시 깨지는 고통과 쉬는 듯 팽개쳐지고, 기대 이외로 만족하게 구어진 경험도 해봤고, 더러는 가마의 불이 약해 만족하게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어쩌다가는 깨지는 모욕의 쾌감으로 막다른 곳에 쑤셔박힌 적도 있다.
어렵소! 어라찻차! 처음부터 그들을 몰래 훔쳐 본 그 약혼녀가 하도 기가 막혀 부들부들 떨면서 "어쩌면 좋아! 이 사장이 언니를 좋아하니. 진작 떠났서야 하는데 어쩜 좋아. 어서 빨리 포주갈보같은 이 집을 어서 떠나야지."
그가 약혼녀에게 "서재실에 있는 그 카메라는 내가 달아 놓은 거요. 뭘 보고 얼굴이 지금처럼 상기되는 법이 없잖아요. 자 갑시다. 자극이 되는지, 화가 난건지 모르지만. 왜 사랑은 어찌 화면에 있지 않고 구경꾼이 되오?"라며 그녀를 태우고 자기 집으로 향했다.
땅바닥에 반짝이는 가느다란 물체. 그 것은 그가 그녀에게 사준 십자가 달린 백금 목걸이. 같이 안가겠다는 그녀와 실랑이하다 땅에 떨어진 것 같다. 그는 그녀의 의향을 묻지도 않고 차를 온천장으로 몰며 말했다.
"마흔살이 넘어서 왜 살찐 암송아지를 잡느냐라고 말하겠지만, 임자는 왜 '도올의 내 꼴림'을 구경만 하기요? 그게 임자가 우리에게 던진 냠 미끼로 알고 있는데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성쩍 에너지를, (그가 말을 잠시 쉬더니) 그 지난번에 내게 들려준 님자가 어릴쩍에 성희롱당한 타격적인 챙피만 들먹여, 그게, 그 때문에 실제는 우리 젊음은 소용없고, 님자의 그 무의식의 세계에 저를 결혼시켜준다는 게요?
그래요, 우리 둘 사이는 벽에 걸린 꽃이니까 죽은 그림이랄밖에. 의견, 어디 애기 좀 해 봐요. (그녀를 자극할까 봐 프라스틱 러브하냐고 말하려다 꿀떡 삼킨다.) 아까도 그렇지! 그 자리에 놓여 있지도 않은 올림피어 원통의자를 밀고 와서 문앞에서 쓰러뜨릴 건 또 뭐요. 우리가 일끝냈으면 끝냈다고 알려달라는 게요? 어쩜 님자는 나의 반복변형되어가는 조형으로부터 뭘 느끼신 건 없는지요, 구경하시면서." 그러나 그녀는 치욕이라서 그런지 수친지 어느 쪽의 죄악인지 그아무 말 않했다.
그러나 두 여인은 아직까지도 그 불안함에서의 부족한 스릴, 챙피하며 어딘가 두려웠던 순간이 마음으로부터 떨쳐지지 않는다.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그 완정의 잉어는 은반을 만나 회를 치며 오르다,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에 놀라고, 무지개로 오르던 막자를 따라 길게 떨어질까 두려웠다.
격정이 미끄러질 때면 부끄러운 입을 연 체 백아의 유수곡에 떨림을 알듯 백아가 조율하는대로 얼레에 당겨졌다 늘어진 이성의 양면에 놀라며, ...버들개지 아래 관중으로 물결치는 보리밭 두렁. 햇볕을 마시던 이삭이 너울너울 잔물결 이루며 훈증하는 아지랑이가 층상을 이루고 기어가는 안개구름처럼 그녀는 몸을 추스려 엉금엉금 오글오글한 유소보장¹으로 기어 올라갔다.
사열부득의 낮거리에 어딘가 또 계신 님을 받으려 때늦게나마 집을 치워야겠다는 생각.
"아 그 때가 언제련가? 아까 지금? 야 끝났서!"
그녀는 목이 약간 뻗뻗함을 느끼자 손바닥으로 고개를 받치고 천정을 보며 좌우로 가벼운 목운동을 했다. 그녀의 의식의 흐름 밖에는 하얀 벽에 고개를 늘어뜨린 십자가상이 눈에 띤다. "아 ─ 나 시집가야겠서."
한편 그는 온천장에서 약혼녀의 과거 그 상폭행당한 후 임신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되자 이 것이 상상임신인 줄 모르고 수개월간 고통에 빠진 타입 II(two)² 실수, 나중에 그 임신검사가 틀렸다는 걸 알았지만 그 때의 병리실검사 실수가 성공포증에서 발전하여 관음증이 됬다고 가정하고, 자연스런 그녀에게 아무 하자가 없음을 증명해 주었다.
¹crepe de chine shade ²타입 II(two) 실수. 통계를 보고 어느 가설을 내 세울 때, 실제는 아닌데 사실처럼 여기는 경우, 예를 들어 임신이 아닌데 틀린 임신테스트 결과로 상상임신하는 경우를 말씀함이요, 또 다른 경우는 실상은 임신한 건데 역시 임신테스트 결과는 임신아니라고 하여 애기밴 줄 모르고 있는 타입 I(one) 실수가 있지요, 위성불임(僞性不姙)이랄까요. 이 통계논리에 대해 'Type I error'를 컴퓨터에서 찾아 보실 수 있서요.
죄송해요.
에필로그;이런 글 올려서 죄송해요. 이 내용은 색유리 창밖으로 세상을 내다보는 《스테인드 그라스의 사람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동물근성과 별로 차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동물입니다.
채색된 유리창 쪽문을 열고 번화가를 내다보니, 꺌끔하게 차리고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가는 남녀들. 그 중에 애들의 손을 잡고 가는 부인도 있고, 맞은 편 거리의 이발소를 들여다 보는 께죄죄한 거지. 그 거지를 밀치고 러기지를 끌고 발빠르게 가는 30대 여인. 옷 잘 입었다. 그러나 거지에게 길을 비켜 달라는 제스추어는 없는 것 같았다.
거참 밤에도 저렇게 빨리빨리, 급해야 하나? 애들보고 비켜달라고 말도 않하고 허벌떡 남편침대로 올라가나? 젠장할 것, 다 똑같은 짐승이면서 식물성이랄까봐, 그러지 않아도 양털로 지은 모직물을 입고 있짜녀.
낮에는 전통적인 윤리를 가진 점잖게 걸어다니는 위선의 군상들.
그러나 제 느낌은 책을 쓸 그 당시 각도차이의 내용일 뿐. 사실로 저도 그 행인들과 똑같거들랑요. 정신차리면 그 세상이란 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