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하는 짓을 살피는 사람이 방년한 외동딸 출가를 앞두고 장자(莊子)를 만나 교훈을 얻으러 갔다.
까마귀는 똑똑하고 멍청하고 효심이 지극하다.
이 새는 빛이 검지만 살빛은 희고, 부리가 닿지 않는 아주 좁은 곳에 돌을 물어다 넣어 벌레를 잡아 먹고, 물을 위로 올라오게 한 후 물을 홀짝거리는 새다.
늙은 부모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부상당한 동료를 구해주려다 제 놈까지 죽는 의리가 있는 새이기에 그는 까마귀에게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장자는 과연 이솝우화의 "여우에게 먹이를 뺏긴 까마귀"와 거의 똑같은 우화¹를 남긴 건 사실이다.
그가 있는 동안 장자는 큰 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는 재목감이 안되어 베어지지 않아 천년을 살고, 집에 키우는 날짐승 중에 울지 않는 놈을 먼저 잡아먹으라기에 앞으로 어떻게 처신할꺼냐 그 연고를 물으니 장자가 웃으며 자기는 '재목과 재목이 못되는 사이에 처신'할 꺼라 말하면서 사위를 고름도 이와 같다라 했다.-주-장처부재여부재지간(周-將處夫材與不材之間)255
그가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부탁하기를;
딸아! 이런 사람과 결혼하지마라 아침 잠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지마라.
자기관리도 못해 배 나온 남자와 결혼마라.
나중에 너까지 집어던질지 모르니 물건 던지는 남자와 결혼마라.
이 애비와 너한테도 그럴지 모르니 제 부모에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결혼마라.
딸아! 느린 팔자걸음으로 걷는 사람을 조심하라. 네가 벌어 먹여줘야 할지 모르니까.
친구들 앞에서 면박주는 걸 재미로 아는 남자와 결혼하지마라. 터무니 없는 이유로 헤어지기 쉽겠다.
떨아! 여러사람에게 친절한 남자와 결혼마라. 부적절한 관계로 끊임없는 괴로움을 겪을 수 있다.
연락하기 전에 네게 연락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마라. 사랑은 부르지 않아도 오는 법이다.
딸아! 이런 사람과 결혼마라. 긴가민가하는 사람은 이 사람 아니면 살 수 없는 사람도 헤어질 수 있단다.
부모 돈으로 성공한 사람을 너무 기대마라. 한번도 실패가 없섰다면 인생의 다른 쪽을 모른다는 게다. 그가 자수성가하지 않았다면 네 도움으로 그가 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너를 가만히 있으라고 자주 말하는 남자와 결혼마라. 너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게 아니라 너를 그냥 맥없이 살게하려는게다.
딸아! 다정한 사람을 만나거라. 너를 굶지 않을 정도의 돈을 벌고.
가끔 꽃을 사주기도 하고, 옷 속에 따듯한 음료수를 넣고서 너를 기다릴 남자를 찾아라♥
¹. 그 이솝의 '까마귀와 여우 우화'와 장자의 "갈가마귀는 아첨을 좋아한다(아호유鴉好諛)" 이야기 중에서 누가 먼저 이야기했을가요?
두개의 이야기는 똑같은 내용인데요, 이솝우화에서는 까마귀(오烏) 입에 치즈가 물려 있섰고, 장자의 이야기에는 갈가마귀(아鴉)가 고기를 믈고 나무 위에 올라 있습니다(아함육지수상鴉銜肉止樹上).
장자는 춘추전국시대 BC 370년경에 지금의 하남성인 송(宋)나라 몽(蒙)에서 태어난 성은 장(莊)이요, 이름은 주(周)였습니다. 맹자와 같은 시대에 살았고 서양으로 말하면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시대에 산 사람으로 장자 33편(篇)은 그의 문인(門人)들의 저작입니다.
그리고 바브리우스(Babrius)라고도 불리우는 이솝은 BC 620년경에 그리스 사모스(Samos)에 종으로 태어났고, 처음 주인에게 노예로 풀려난 후 어쩌면 프리지아(Phrygia) 두번째 주인을 거쳐 예순살 쯤 되었을 때 리디아(Lydia) 크로에수스(Croesus. BC 600-501. 재위 BC 561-541) 왕에게 레무스 아저씨(Uncle Remus)처럼 궁정 재칫꾼(재담꾼)으로 발탁되었다지요.
그러나 그 리디아 나라가 페르시아 사이루스(Cyrus) 대왕에게 패배한 후 이솝의 행방에 대해 궁금합니다만 이솝은 장자보다 250년 먼저 태어났기에 어쩌면 비단길 무역을 통하여 이솝우화가 중국으로 전해진 것이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