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광장 ㆍ OPEN FORUM
< 환장(換腸) >
‘환장’은 ‘간장(-醬), 된장(-醬)’ 등과 같은 조미료는 절대로 아니다.
아울러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과 같은 오장(五臟)의 하나도 아니며, ‘
대장, 소장’과 같은 창자의 하나도 아니다.
그러면 ‘환장’은 무엇인가? 이 ‘환장’을 ‘煥腸’으로 보고, ‘속에서 불꽃이 튀다’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환장’이 ‘腸’을 포함하는 한자어인 것은 분명하지만 ‘빛날 煥’ 자를 포함하는 ‘煥腸’은 아니다.
설령 ‘煥腸’으로 보더라도 그렇게 해석할 수는 없다.
‘환장’은 한자어 ‘換腸’이다. 한자 ‘換’은 ‘바꾸다’의 뜻이고, 한자 ‘腸’은 ‘창자’라는 뜻이다.
이것만 보면 ‘환장(換腸)’은 ‘장을 바꿈’이라는 의미가 된다.
장이 꼬이고 뒤집히는 것을 ‘환장(換腸)’이라 이해하고,
장이 꼬이고 뒤집힐 정도로 크게 흥분되고 화가 나는 것을 ‘환장(換腸)’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장’이 ‘換腸’인 것은 분명하나 ‘장이 뒤집힘’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여기서의 ‘腸’은 ‘창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腸’에는 ‘창자’라는 뜻과 아울러 ‘마음’이라는 뜻도 있다. ‘환장(換腸)’을 ‘환심(換心)’이라고도 하고,
‘환심장(換心腸)’이라고도 하는 것만 보아도 ‘환장(換腸)’의 ‘腸’이 ‘마음’의 뜻임을 알 수 있다.
‘환심(換心)’이라는 한자어는 ‘腸’이 ‘心’을 뜻하는 것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물론 ‘기뻐서 즐거워하는 마음’이라는 뜻의 ‘환심(歡心)’과 혼돈하여서는 안 된다. 한편, ‘환심장(換心腸)’은 ‘腸’이 ‘心腸(심장)’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심장(心腸)’은 ‘마음의 속내’라는 뜻이다.
“그가 비록 좋은 낯으로 나를 대하나 그 심장은 실로 알 수 없었다.”에 쓰인 ‘심장’이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마음’이나 ‘속내’와 뜻이 통한다. 물론 ‘심장’이 ‘心臟’이 아님에 유념해야 한다.
‘心臟’은 ‘염통’이라 하여 오장(五臟) 중의 하나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심장에 불을 지피다’, ‘심장에 새기다’, ‘심장을 울리다’ 등과 같은 관용어에 자주 등장하는
‘심장’은 물론 ‘心臟’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유념해야 할 것은
‘환심장(換心腸)’이 줄어들어 ‘환장(換腸)’이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설명이 널리 퍼져 있다.
‘환장(換腸)’의 ‘腸’만으로도 ‘마음’을 표현하는 데 문제가 없으므로
굳이 ‘환장(換腸)’을 ‘환심장(換心腸)’의 준말로 바라볼 이유는 없지 않나 한다.
‘환심장(換心腸)’은 ‘환장(換腸)’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 단어로 볼 수 있다.
우리말 사전에서는 웬만하면 ‘준말’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준말이 아닌 것들이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가령, ‘색시’를 ‘새색시’의 준말로 설명하지만 ‘새색시’는 ‘색시’에 ‘새’가 첨가된 단어이므로 준말이 아니다.
‘환장(換腸)’의 ‘換’이 ‘바꾸다’의 뜻이고,
‘腸’이 ‘심장’과 같이 ‘마음’을 뜻하므로 ‘환장(換腸)’은 ‘마음을 바꿈’이라는 뜻이 된다.
마음이 전과 전혀 달라지는 것이 ‘환장(換腸)’이다.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마음을 바꾸게 되면, 곧 마음이 변하면 전과 전혀 딴판의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환장’에 ‘마음이나 행동 따위가 비정상적인 상태로 달라짐’이라는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전쟁터에서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에 환장을 안 할 어미가 어디 있겠는가?”라는 표현은
아들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으면 전혀 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환장’은 또 ‘정신을 못 차리는 지경이 됨’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 사람 환장을 했데.”, “저 친구, 하는 짓을 보니 실성 아니면 환장이다.” 등에 쓰인 ‘환장’이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어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크게 충격을 받거나 하면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맬 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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