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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게시물 769건, 최근 0 건
^-^ 그냥 서로들 사는게야
글쓴이 :
6070
날짜 :
2012-04-13 (금) 07:32
조회 :
533
Daniel Kyungyong Pa (ID : dkp)
어느 누구의
동문 황지우 시 감상;
《늙어가는 아내에게》에서
우리 그냥, 《그냥 서로들 사는 게야》
내가 말했잖아
증말, 증말,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
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
밥을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섰고, 흐린 가로등
이 있섰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숲이
있섰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
선 이 세상에 가장 쓸쓸한 바
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
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레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
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
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
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
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¹과 스
트렙토마이신을 한알 한병 들
어내고 적갈색 빈 병을 환하게
했섰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
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
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
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된
그대는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
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
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
타이를 여며주는 그대의 손끝
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
밑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힘
없는 소리로, "임자 , 우리 괜
찮았지?"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
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¹. 결핵약 알약과 주사약
2011-01-08 17:24:36
총 게시물 769건, 최근 0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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