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주간' 일요일에 애들이 우리를 여러 군데에 데리고 다녔다.그 중에 버클리 박물관 구경이 포함되었다. - musiums.berkeley.edu
파킹장에 주차된 혼다 CR-V 백 라이트 감광판이 유별나게 햇빛을 반사하고 있기에 가깝게 다가가 보니 사람은 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스페어 타이어를 뒷문에 붙인 이 차를 살펴보니 차 바디 뒷문 좌우로 각각이 상하로 비스듬히 내려오는 곡선에 디자인한 박공(牔栱 gable) 백라이트(back ridge light) 좌우 5개의 플라스틱 커버의 독특한 굴절로 인하여 햇빛이 어느 쪽에서 비추어도 마치 후진하려는 경우처럼 햇빛을 반사시키고 있음을 알았다.
마치 굴절률 2.5 정도의 눈이 부실 정도의 그 반사광.
그 육방정계 석영, 등축(等軸isometric) 다이아몬드, 단사정계(單斜晶系monoclinic) 타이타니움 굴절률로 그 하찮은 것같이 보이는 플라스틱 판에 일본에서 상감세공(象嵌細工 lnlay)하는 신경을 썼구나 싶다.
이 정도면 주차된 이 차량 옆으로 질주하는 운전수들은 이 혼다가 후진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음을 알았다.
일본 장인(匠人)정신. 정말로 알아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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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 들어서자 손주들은 제일 먼저 눈에 띠는 흑ㆍ백 페인트 칠한 돌고래 위로 미끄럼틀을 기어 올라가듯 하다가 옆 지느라미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하늘은 가을날씨처럼 맑고 깨끗, 시원한 바람은 솔솔.
돌고래를 손관절로 톡톡 쳐보니 속이 비어있는 반향.
캔버스에 방수액을 두텁게 바르고 페인트 칠한 것 같다.
한국동란 전에 달걀같이 생긴 속이 텅 빈 캔버스 휘발유 통에 올라 타고 논 적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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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특이한 콘크릿트 돔 건물.
들어가 나무토막으로 신기하게 공간을 메꾸는 예술 건축물을 각자 만드는 '케바 플랭크 Keva® planks' 회사제품으로 어린이 장난을 하고 있다.
보통 아마추어 목수들이 사용하는 2x2, 2x4인치² 목재보다 큰 플랭크(plank) 사이즈는 보통 두께 2~6인치, 폭 9인치 이상의 목재를 말함인데 미송(美松)으로 다듬은 이 '케바 플랭크' 회사의 그 장난감 널판지는 두께 ⅓인치, 폭 1인치되게 얇고 짧은 쪽나무로 기억된다.
그 곳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여기에 매달려 2~3피트 높이로 공간을 메꾸고, 메꾸다 와사사, 와그르르 무너져 흩어지면 다시 모아 마스트 3개 달린 배도 만들고, 맛배지붕(박공) 집을 짓거나, 소라 모양으로 쌓은 다음에 이 위에 6각으로 쌓아 새끼를 업고 다니는 오스트레일리어 '코알라 베어(koala bear)' 형상을 만들거나 기묘한 집짓는 걸 구경하며 나도 포물선형(型)을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동물방으로 들어갔다.
그 중 세워놓은 소(牛)의 골격을 보니 보스턴 자연박물관, 보스턴-캘리포니아 사보(Chabot Space & Science Center)에서 보고도 잊은 그 등뼈마디를 다시 볼 수 있섰다.
사람은 갈비뼈가 좌우로 12개씩인데 소는 좌우로 각각 18개.
사람은 척추뼈가 31개인데 소는 가슴[흉추 등뼈]에서 6개가 많은데다가 꼬리에 19 마디가 더 있기에 사람보다 25마디가 더 있섰다.
그러므로 길동물이 사람으로 진화하려면 말할 수 없이 많은 돌연변이 단계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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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나노 기술 발달로 인한 물질의 이미지.
확대한 도마뱀의 발바닥, 거미발바닥, 나비 날개를 보여주는 과학입체 영화.
작은 벌레와 작은 거미가 득시글한 우리네 침실.
진공소제기가 필요한 우리네 침실의 더러움,
그리고 우리 피부의 각질, 이 걸 먹는 진드기. 또 이 것에 기생하는 미소한 벌레, 또 이 것에 기생하는 벌레.
이부자리와 부억식기, 칼, 도마를 햇볕에 소독한다고 말리고, 좀벌레가 보이기에 책도 햇볕에 말리곤 하는데 여전히 햇빛 부족.
혼다의 섬세함에 김이 샜는데, 매일 버쿰 청소하는데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껴 입맛 쓰게 집으로 돌아왔다.
이 인생 100살이 이러한 미소한 것과의 싸움이기도 한데, 사실 그날도, 어제도 목욕만 했지 집청소는 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