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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조 틈새, 그럴연한 클로버
글쓴이 : 6070 날짜 : 2012-04-12 (목) 23:37 조회 : 1147
Daniel Kyungyong Pa  (ID : dkp)

나는 극락조가 모여 사는 비틸길을 내려가다 불가사리 선인장을 보았다.

불가사리 선인장 '당나귀 꼬리(burro's tail)'. 생각나름.

생김새를 그 뭐라 할까! 오물조물하다랄까, 앙징스럽다고 말할까?
가시없는 잎방울, '즙이 많고(succulent)' 가시 없서 보통 선인장과 다르다구나.

잎줄기가 꺽어져도 다시 산다. 응달에서 사흘간 상처가 마른 후에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참으로 대단한 자생력.

이 만년초처럼 비록 좌절되어도 내 스스로 '힘을 끌어 모았다 펴는 힘(도전력導展力)'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드디어 소철(sago palm) 옆.
극락조. 생각 나름. 말이 된다. 남아프리카 Birds of Paradise.

그 꽃줄기는 마치 종이를 조심스럽게 말아 올린 백조의 목같고, 숫공작 붉은 부리에서 다섯 개의 노란 깃이 뒤로 젖혀져 나온 다음 그 사이에 2개의 푸른 뿔이 솟아난다. 묘하기도 하다.

벌새(humming bird)가 날아 와 헛물만 켜고 가는 이 대자연의 희롱이지만 스타일과 폼(form)은 가히 일품.

잎새 넓비와 길이는 1:3 다섯 뼘의 장타원.
윗면은 비취색, 아랫쪽은 무광(無光).
잎줄기에서부터 나오는 10피트 이상 토란같은 잎새가 자신의 잎심(엽심葉心)의 커감을 따라 오지 못해 잎가에 일고 여덟번 갈라진다.

마치 사극에 나오는 시녀 둘이 옥좌에 바람을 부치는 큰 부채와 같아 산들 바람에 펄럭이는 포장 소리.

그 끊어져 흔들리는 섬유질을 참새가 물어가 둥지를 틀고 싶은 모양인데 소철에서나 이 극락조에서 물어갈 게 없다. 서너번 당겨도 뜯어가지 못하더군.

오히려 그 작은 참새 발톱으로 묻혀다 준 흙에서 클로버가 피어나고 있음을 보았다.

그 것이 잎줄기 틈새에 버텨 살기에 전혀 불가능한 곳에서도 싹틔울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극락조 틈새에 붙어 사는 클로버가 그럴만 하기에 나 역시 이 세상의 반질반질한 곳에 억지로 달라붙으려 말고, 구질구질하게 너플거리는 틈새에 자리를 잡아도 얼추 좋다고 여겨진다.

작가 불명의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까닭은 대나무처럼 번들거리는 파피루스(papyrus), 여우꼬리 선인장(fox tail palm) 기둥에 매달려 사는 생물들을 못 보았기 때문이기에. 

멕시코 접경 샌디아고 SeaWorld에서 4/1/2012 만우절에 dkp

2012-04-05 10: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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