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燕巖ㆍ朴趾源).
모르는 것 빼고 모르는 것 없는 '발랑'(반남潘南 박씨). 아버지 밀양박씨란 거 이외에는 관향을 몰라 호적을 찾지 못해 호장(戶長 세대주)을 시조로 했지만 떵떵거리며 살아온 계보였고 친구도 많고 글도 잘 써 10권 미재서('美齋'書)를 남깁니다.
'미재'란 사람이 타고난 개성을 온전히 지키면서 아름다운 덕성을 기른다는 글방[서당]이름.-존양재存養齋
그, 제 10권에 술이 양이 차지 않은데 지체 높은 사람땀시, 좌석에서 우루르 내몰려 쫓겨나와 청계천 수표교(水標橋) 난간에 줄지어 앉아 일행 중 어떤 넘이 2차 가잔 말하길 서로 눈치보는데 한 넘도 술사겠단 말을 꺼내지 않고 맹꽁이, 매미와 닭울음 소리만 들리자
"맹꽁이 소리는 눈 어둡고 귀먹은 원님 앞에 난민(亂民)들이 몰려와 송사(訟事)하는 것 같고"라자 옆엣 넘이
"매미소리는 일과를 엄히 지키는 서당에서 시험치는 날이 닥쳐 글을 소리내어 외우는 것 같고"라자 또 다른 넘이 이어서
"장탉 울음소리는 한 선비가 홀로 나서 바른 말하는 것을 제 소임으로 하는 것 같다"라자 다른 넘들이 이를 받아 한 넘씩 차례로
"예(禮)가 아니면 (맹꽁이를) 보지말라"-비례물시(非禮勿視) "예가 아니면 (맹꽁이, 매미, 닭울음소리를) 듣지를 말라."-물청聽 "예가 아니면 (갸들에게) 말하지말라."-물言 "예가 아니면 (갸들에게 돌던지려고) 움직이질말라."-물動
이로써 공자가 안연(顔淵)에게 답한 사물론(四勿論)을 복습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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