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티슨(Jettison)'이란 단어가 있다. 제티슨은 비행기나 선박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짐을 바다에 버려 무게를 줄이는 걸 뜻한다. 비상시에는 사람의 생명을 제외한 물건은 버리는 게 원칙이다. 비행기가 항공유를 공중에 쏟아 폭발 가능성을 줄이는 것도 '제티슨'의 일종이다.
잘 버리는 일의 핵심은 의외로 무엇을 간직할지 정하는 것이다. 도미니크 로로는 자신의 책 '심플하게 산다'에서 정리하지 못하는 건 "과거의 추억에 집착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고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 말한다. 제일 힘든 것은 버리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자신에게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게 불필요한지 판단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잘 버려야 새로운 공간이 생겨난다. 꽉 막혀 있는 상태에 새로운 숨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상자 속 사과도 좁은 공간에 너무 붙어 있으면 썩게 마련이다.
현대인들은 과거 사람들보다 가진 게 많지만 대개 행복하지 못하다. 더 많은 소유가 더 많은 행복을 주지도 못한다. 여행 가방을 싸면서도 자주 느낀다. 실제로 한 번도 쓰지 않을 거면서 가져온 책과 물건이 너무 많다는 것 말이다. 짐이 많을수록 오히려 여행은 무겁고 힘들어진다.
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너무 많이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법정 스님의 말은 '무소유'다. 하지만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필요하지 않는 것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2/20180112026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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