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녹색교통혁명 중…자전거의 새로운 발견
출퇴근·여행·동호회 등 새 문화로 자리매김
과거 운동이나 취미의 개념으로만 여겨졌던 자전거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는 몇해 전부터 자전거 특화도시를 표방했고, 서울시는 자전거도로 확충과 더불어 2012년까지 자전거 택시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전국 4대강을 비롯해 경부 자전거도로 건설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녹색교통혁명’이 진행중이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 적극 동참하는 노년층도 늘고 있다. 또한 자전거는 노년층에 최적화된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자전거 문화와, 고령의 나이를 잊고 자전거에 푹 빠진 사람들의 말을 통해 노년기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자전거를 알아보자.
▶자전거, 교통수단으로 복귀하다
최근 서울 하늘의 공기가 많이 맑아졌다. 대기오염의 주범이던 디젤시내버스를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한 공이 크다. 지하철이 확충되고, 버스전용차로가 도입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이유도 있다. 정책이 도입되기 전에는 주요 간선도로에 차로를 줄이면 서울의 교통 대란이 일어난다며 반대했던 사람들도 오히려 쾌적해진 교통상황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기존의 차로를 더 줄여 자전거 도로를 거미줄처럼 엮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의 자전거도로가 인도의 한 쪽에 설치돼 온갖 노상 적치물에 의해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면, 차로를 줄여 만드는 자전거 도로는 비로소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한 인식의 전환인 셈이다.
아울러 자전거를 가지고 지하철을 탑승할 수 있게 하고, 주요 지하철 역에 자전거 보관소를 만드는 등 ‘실질적’인 자전거 이용이 가능하게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출퇴근·통학·일상업무 등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고 있는 이유다.
‘이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만들어봐야 소용없다’가 아니라 ‘이용할 수 있게 만들면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단순한 명제의 실천인 셈이다.
▶자전거, 어떻게 타야하나?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마’에 해당한다.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원칙적으로 차로 갓길주행을 해야 한다. 인도나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가는 것이 원칙.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는 ‘차’로,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있는 경우는 ‘화물’로 간주한다.
차로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호장갑, 안전등, 야간용 라이트 등을 장착하고 보호안경, 헬멧 등을 착용해야 한다. 다른 안전장구는 개인의 자유지만, 헬멧은 반드시 착용한다. 방향지시등이 없으므로 교차로가 나오면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수신호로 표시한다. 아직까지 차로에서는 쾌적하게 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자전거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 자동차 운전자들의 배려가 많이 부족한 탓이다. 따라서 자동차의 진행방향에 따라 주의를 기울이며 타야한다.
자전거 도로에서도 마찬가지. 한강 자전거도로는 보행자 도로가 혼재돼 있는 구간이 많다.
지난 9월 6일 이주영(29)씨는 자전거를 타고 당산철교 아래 구간을 통과하다가 김 모(78)어르신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건널목이 없는 도로에서 김 어르신이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채 갑자기 몸을 돌려 자전거와 함께 충돌한 것. 평소 이 구간은 운동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많은데다가 도로가 좁고 경사가 가팔라 사고가 잦은 곳이다. 다행히 이 씨가 서행하고 있었기에 김 어르신은 타박상, 이씨는 손목 염좌에 그쳤지만 조금만 속도가 있었다면 큰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씨가 사고나기 며칠 전에는 7살 짜리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가 80대 할머니와 충돌, 결국 할머니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자전거 인구는 폭증하는데 비해 이런 위험구간의 정비는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어 각별한 주의와 함께 관계당국의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올바른 자전거 정비도 안전한 자전거 생활에 필수적인 항목. 과거 ‘쌀집 자전거’로 기억되는 화물용 자전거에 익숙한 노년층은 자전거 정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의 자전거는 다양한 장치를 지니고, 성능도 크게 향상됐기 때문에 정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전거정비연합 김재영 대표는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젊은이에 비해 반사신경이나 균형감각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제동장치 및 조향장치의 이상유무를 항상 체크해야 한다”며 “라이딩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어르신들의 경우, 전문 샵을 정해놓고 주기적으로 점검받는게 좋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신장에 맞는 적당한 크기의 차체를 선택할 것
▷안정감을 위해 핸들과 안장 높이를 비슷하게 맞출 것
▷페달이 가장 아래쪽에 있을 때 무릎 굴곡이 25~30도 정도를 이루게 맞출 것 등을 지적했다.
▶자전거 행사 봇물, 노년층 참여도 늘어
9월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서울시가 주최한 ‘푸른 자전거 대행진’이 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박 진·정병국·나경원·차명진·강승규·조해진 의원 등 ‘두바퀴 사랑 국회의원 모임’ 회원 등과 5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광화문~월드컵공원 12.03㎞ 구간에 차량을 통제하고 도심과 강변 북로를 자전거가 질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오세훈 시장은 참가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탄 후 월드컵공원 행사장에서 “자전거를 타면 건강이 좋아지고,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으며, 교통체증을 없애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동시에 공기도 맑아져 1석 5조”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노년 라이더들도 삼삼오오 짝을 이뤄 참가한 모습이 많이 눈에 띄였다. 헬멧 사이로 희끗희끗한 머리를 날리며 질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젊은이들이 안전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주는 등 배려하는 모습도 보여줘 훈훈한 정경을 연출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항태(서울 목동·80)어르신은 5년째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한강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안양천 목동교에서 반포대교, 혹은 일산까지 매일 30km 정도를 탄다며 기염을 토했다.
김 어르신은 “5명 정도로 이뤄진 동갑내기 자전거 친구들과 함께 타는 경우가 많다”며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관절통증이 크게 줄었고, 무엇보다 시원한 풍광과 함께 하면서 운동한다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신적 만족을 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정춘수(서울 개봉동·61)씨는 “2년 전 중풍으로 인해 거동이 부자연스러워졌으나 자전거 타기를 통해 빠른 재활치료가 가능했다”며 자전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 씨는 “무엇보다도 폐활량이 늘어 몸에 활기가 돈다”며 “자전거는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더 이상 ‘마이너’문화가 아니다
자전거는 과거의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후진국 국민들이 이용하는 교통 수단이 아니다. 이미 유럽의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은 자전거를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인프라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 안전하고 정비된 자전거 도로망을 통해 노인이나 어린이들도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명사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전거 마니아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례. 이밖에 구자열 LS전선 회장이나 이종철 삼성의료원 원장 등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명사다. 특히 구자열 회장은 20년 이상 일주일에 한두 번씩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안양 LS타워까지 자전거로 출근할 정도로 자전거에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전거의 다양한 운동효과
▷ 온몸 근육을 쓰는 유산소운동
자전거 타기는 조깅, 마라톤 등과 달리 관절에 부하를 주지 않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 따라서 관절염 환자, 골다공증 환자, 여성, 노약자들이 운동하기에 좋다.
고도일 고도일신경외과 대표원장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관절 주위의 근육을 활성화 시킬 수 있어, 특히 노년층에 적합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는 흔히 하반신 운동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핸들바를 잡고 온몸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전신 근육을 고루 쓰게 된다.
▷ 고혈압 환자 평균혈압 10㎜Hg 감소
자전거를 규칙적으로 타면 혈당 조절을 쉽게 해줘 고혈압 환자 평균 혈압을 10㎜Hg 정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 “자전거를 타면 심장과 온몸의 혈액이동이 원활해지면서 영양물질과 산소 공급이 좋아지고 노폐물과 이산화탄소 제거가 빨라진다”며 “이는 순환기 계통 기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이동주 김포해드림가정의학과 원장은 “자전거 타기는 몸에 이로운 HDL콜레스테롤을 늘리고 해로운 LDL콜레스테롤을 줄임으로써 면역력을 높일 뿐 아니라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데 탁월하다”며 “지루하지 않게 운동할 수 있어 이상적인 운동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적당하게 타면 성기능 개선에 좋아
보통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성기능이 좋아진다는 말을 한다. 혈행이 개선되고, 허벅지 등에 근력이 붙어 운동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40ㆍ50대를 비롯해 60대 이상 노년층에게도 자전거는 좋은 선택이다.
남성의 경우 자전거 안장이 회음부를 자극하기 때문에 적당히 타게 되면 성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발표된 코네티컷대학 연구에 따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발기부전이 더 많이 나타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거리 선수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자전거 타기로 하체 근육을 강화해 오히려 발기부전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몸에 맞지 않는 안장에서 장시간 자전거를 타게되면 오히려 성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야외에서 운동하게 되는 자전거의 특성상 풍부한 일광욕을 겸할 수 있어 비타민 D가 부족하기 쉬운 노년층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비타민 D는 칼슘의 흡수를 도와 골다공증 예방 및 골밀도 증가 등 뼈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건강에도 탁월
자전거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운동을 하면서 주변의 풍광을 즐기고, 다양한 사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에 일정한 거리와 익숙한 동선으로만 다니는 습관이 있는 노년층이라면 자전거 타기를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과 변화하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많은 노년층 자전거 마니아들은 자전거 타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신적 만족감은 외롭기 쉬운 노년기에 큰 활력이 된다고 말한다.
정신과 전문의 로하스두울노인클리닉 고영택 원장은 “자전거 타기는 몸의 균형을 잡는 것 뿐 아니라, 마음의 균형을 잡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칫 고집스럽게 흐를 수 있는 노년기의 성격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얘기다. 또, “사물을 인지하는 힘이 길러져 치매 예방 등에도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함문식 기자 moon@nnnews.co.kr
[출처 : 노년시대신문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