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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장이었다-2
글쓴이 : 써니 날짜 : 2015-06-22 (월) 16:40 조회 : 1322

개꿈...

몇시간 전 날 홀렸던 언니들이 과연 이 언니들이었나??




'오늘부터 일하게된 막내스텝이다. 인사들해'

산적아저씨가 출근하는 언니, 퇴근하는 언니 일일이 붙잡고 인사를 시켜줍니다.

모아놓고 한번에 좀 하지...-_-

아편소굴같던 내부와 어둑한 조명에 익숙해지자,

인사를 건내는 언니들의 얼굴이 선명해집니다.

왜 이 가게의 조명이 이토록 어두워야만 했는지, 그 짧은 인사만으로도 납득이 되더군요.

하아~심각했어요...

'정말 이 언니들을 보러 오는 손님이 있는건가??'

'ㅅㅂ 이 언닌 그냥 아줌만데??'
.
.
.


그냥...

전체적으로 팔만 멀쩡한 '여자사람'들 이었습니다. 딱 그 정도.

첫출근 30여분만에 월급을 받을수나 있을지 걱정을 해야 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언니들 역시 저를 크게 반기는 표정들은 아니였어요. 네...



얼렁뚱땅 상견례를 마치고

막내가 수행해야할 과업을 전수받습니다.


보통 초짜들의 습득순서는 이렇습니다.

1차: 수건접기,비품정리,손님맞는거,배웅하는거.마감청소.CCTV감시

2차: 대딸용어외우기,가게공식컨셉과 언니개인컨셉외우기.CCTV감시

3차:1,2차를 수행하면서, 실장이 예약전화 받고 손님안내하는거 따라다니면서 견학...하면서 CCTV감시

4차:3일~1주일정도 지나면 예약전화 및 손님안내, 컨셉설명등을 사장및 실장의 감독아래에서 실습...하면서 CCTV감시

거의 정지화면 같은 CCTV를 주시하며 위의 과업을 하나하나 수행해 나가다 보면, 나도 어느새 "딸방실장"


타고난 눈치덕에 비교적 빨리 산적아저씨와 선임실장 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일찌감치 카운터를 차지하고 앉았죠.

그냥 오는 전화받아서 배운대로 예약만 잡으면 되는건데도,

옆에서 산적아저씨나 실장이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괜히 버벅거리게 되더라구요;;

한두살 어린애도 아니고 전화받는거 마져 관리 감독받아야 하는 그 현실이 그때는 참 서글펐습니다.

허나, 가게매출과 직결되는게 예약전화 받는 스킬이니 당연하거였죠.


어쨌든 폼나게 카운터에 앉아있으면 전화벨이 울립니다.

몇번 전화를 받다보니 보는것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경험부족도 있지만...


"실장님~ 괜찮은 언니 있어요??"


손님들의 이 멘트가 제일 저를 힘들게하고, 말문을 막히게 합니다.


".........."

"...실장님??"

"....네....."

"..괜찮은 언니 있냐구요??"

"..........."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팔만 멀쩡한 여자사람들' 데리고 영업하고 있습니다.

괜찮은 언니 있다고 하자니, 믿고 방문하는 손님을 밝은 미소로 반길 자신이 없고...

"썩은 언니밖에 없어요. 죄송합니다"

라고 하자니 카운터 차지하고 앉아 매출을 책임지는 실장이 할말은 아니고...

답답 합니다.

(실장과 통화시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면...손님입장에서는 일단 와꾸는 포기해주시는게 맞습니다...)

제가 전화받다가 잠시 멈칫하면, 옆에 있던 선임실장이 눈치채고 조용히 얘기합니다.

"야...마인드는 좋다고 그래..우리가 마인드 말고 뭐 있냐.."

정말이지 한숨밖에 안나오는 상황입니다.


.
.
.


한번은 잠시 제가 손님안내하는 사이에 카운터에서 실장이 예약전화를 받고 있더라구요.

"아, 예~ 그럼요 얼굴도 귀엽고 서비스도 확실합니다. 네네~마침 방금 캔슬나서 막 한자리 빈건데 운이 좋으십니다 푸하하하하~"

전화를 끊고, 예약체크하는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방금 예약된 언니는, 3시간 펑펑 놀다가, 방금 잡은 예약이 첫타임인, 전혀 귀엽지 않은, 나이 많은 언니였거든요.

제가 벙찐 표정으로 서있으니,

"임마, 이런게 스킬이란거야 "

하며 '나 개멋있지?' 하는 표정으로 씨익 쪼개네요

그렇게 예약된 손님이 오시고...시간이 흘러 퇴실시간이되니, 갑자기 선임실장은 담배산다고 나가버리고..

퇴실하는 손님의 분노와 차가운 눈빛은 고스란히 저의 몫으로.... 선임실장 이 개.새.끼...








가끔씩 한가해질때면, 언니들 대기실 문이 열리고, 하나 둘씩 고개만 삐쭉 내밀고 물어봅니다.

"실장님, 저 예약있어요??"

"아뇨,아직 없네요."

"아 쓉할..손님 왜 이렇게 없어요 ?? 짜증나."

요지랄 합니다....-_-

지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죄짓는 맘으로 예약을 받고 있는지 상상도 못하면서...

손님이 누구때문에 없는데, 요년들아!!



손님이 기디리시는 T로 향하는 언니들을 볼때마다

'아..ㅅㅂ 차라리 내가 고무장갑끼고 들어가서 형아들 딸쳐주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형..바지 벗어요...


-_-;;




보통,

스포츠만화같은거 보면, 아무리 개호구 학교라도, 에이스급 한명은 있잖아요?? (비록 성격이 이상하던가 할지라도 말이예요)

근데 이 가게에는 준에이스급 조차 없는 겁니다. 어쩜 이래요??

꼴에 나보다 일찍 이바닥에서 일했다고 죤나 가르치려 들고..확!!

직접 언니들을 캐스팅한 산적아저씨 마저 자신의 가게를 '동물의 왕국' 이라고 표현을 할 정도이니...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은근 꽤~~있는겁니다.

비결은,

PO입사WER.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 기본 컨셉으로 자리잡았지만 당시에 입사컨셉이면 엄청난거라고 하더군요.

8시 이후 한잔 걸치신 손님들은

"입사 돼요? 안돼요?"

만 확인하시고, '입사가능한 언니입니다' 라는 사인을 드리면 바로 "OK"하시는 분들도 많으셨으니까요.

입사를 몸소 체험코자 친히 방문해주시는 유/무명 연예인,스포츠선수(e스포츠 포함) 분들도 종종 계셨답니다.


하지만...

메뚜기도 한철..입사도 한철...

신림쪽에서 올짱에 입사에 하뵷에 똥까시로 중무장한 전투형 언니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손님들의 발길도 서서히 줄어듭니다.


인터넷 모르는, 동네 달건이 형아들이나 오프손님들만이 간간히 얼굴 비쳐주는 정도였죠.

솔직히 그 전부터도 있던 신림동 하드업소인데, 초짜인 저에게 가게매출 하락의 핑계거리로 삼았었다는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때쯤, 선임실장은 결국 삥땅치다 걸려서 월급도 못받고 조용히 사라집니다. 덕분에 한달도 안돼서 야간실장 ㄳ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우리의 산적아저씨.

"ㅅㅂ 내가 이대로 죽을거 같아??"

라고 일갈하며, 보물같은 언니를 찾으러 가겠다고 잠시 가게에서 자취을 감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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