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조가 열 대여섯살 때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비를 만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걸 보고 그 처녀가 반하여 상사병을 앓고 누어있음을 그 처녀의 아버지가 알자 조광조를 집으로 청하였습니다.
이에 그가 그 집을 방문하자 그 처녀가 기뻐하면서 일어나 맞이함을 보고 크게 꾸짖기를 '규중의 몸으로서 바깥 남자를 보고서 상사병이 일어나는 것은 정숙하지 못함이고 또 이로 인하여 부모를 근심하게 한 것은 효도가 아니기에 나는 이런 여자를 얻지 않겠습니다'라고.
그리고 여자의 병은 나았답니다.
또 한 번은 그가 열일곱살에 김굉필선생께 배우고 있을 때 김선생이 꿩을 얻어 자신의 어머님에게 보내려는데 그 꿩이 없서지자 머슴에게 큰 소리로 꾸짖음에 이에 조광조가 '군자가 말 기운을 삼가하지 않으면 옳지 않아 스승에게 의심이 납니다. 그런 까닭으로 감히 청하나이다.'
이에 스승이 그의 손을 잡고 '그대가 나의 선생이다'라면서 그 후로 언행을 삼가했다고 합니다. ─'정암선생년보'에서 인용했습니다.
후일 그 영특한 조광조가 높은 자리에 올라 사회개혁을 하려 하자 반대파들이 남산 성벽 아래 나무잎에 벌레가 파먹은 것 처럼 '주초지왕(朱肖之王): 조씨가 임금이 되려 모의한다)이란 문구를 새기는 모함으로 그가 축출당합니다. 이 세상은 똑똑하면 죽임을 받기 쉬운 세상.
'선생님. 이들. 딸들아 보고 싶다. 부모들 그만 용서하고.. 제발 아빠, 엄마 품으로 돌아와 응. 제발 모든 잠수부님 힘내셔서 꼭 데려다.. '
이 번 세월호 침몰 중에 진도군 팽목항에서 자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고 있는 학부형들.
온 국민의 분위기가 온통 애도와 분노의 바다가 되었는데 그 어느 열여닐곱 현대판 조광조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것인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가 미개하다'는 촌철살인의 글을 올렸습니다.
듣기 싫지만 이 말은 우리에게 약이 되는, 경종입니다.
까닭은 그 동안 안전수칙과 예의를 무시한 경제성장이었으니까요.
주민등록증 가진 국민이 위기돤리에 제물로 바쳐지는 심청인가?
국민을 봉으로 아는 관료주의.
더더구나 구조하는 중에서 최선의 위기관리가 아닌 서로간의 책임을 줄이고 또 남에게 미루고 재난자들을 친형제자매 다루듯 하지 않고 청해진해운, 해경, 해수부, 교육부 등이 제 각기 교묘한 말로 부덕한 점을 돌려 꾸며대는 말장난들을 하고 있음(言足飾非)이 안타깝기에 그 현대판 조광조가 쓴 말을 해줬듯이 우리나라가 미개하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아니라면 과연 공도(公道)란 무엇입니까?
서로 짜고 해 먹는 게 공도입니까?
일찌기 정조대왕은 힘 없는 이들에게 공평한 정책과 준범되는 책을 발간케 했고 친구외 친족의 청탁을 배제한 이후백을 포함하여 공도를따른『인물고(人物考)』를 명찬(命撰)했습니다.
이 어진 임금과 어진 신하의 만남을 풍운지회(風雲之會), 서로 맺어서존경하고 믿으며 나라를 다스림을 어수지계(魚水之契)라고 다산이 표현했습니다.─ 박(석무) '다산과 정조 p.215'
지도자는 물론 주민등록증/호패가 있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국민.
우리는 연안대비(燕雁代飛)가 아닌 세종대왕과 어수지계한 한성판윤(서울시장) 최유경, 고득종, 나 준, 이지대 같이 통치자와 관료들간에 진정한 풍운지회를 이루도록 바랍니다.
그 정조가 승하하고 귀양 간 다산은 유식층은 어리석은 자를 속이고, 지혜로운 자는 간사한 꾀를 부리는(知者欺愚, 智者如詐) 세상을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라는 40권의 경세유표.
그야말로 꼭 음미해야할 목민심서, 경세유표가 관리의 공도입니다.
정도령 역시 조광조 같이 되지 않기 위해 정도와 권도, 중도를 다 배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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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초(走肖)지왕', '위기관리', '친구와 친족'으로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