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낮 기온이 20도까지 치솟지만 아침ㆍ저녁에는 4~5도까지 떨어지면서 뇌졸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서홍석 교수는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혈관벽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할 위험이 높고 이로 인해 뇌졸중을 비롯해 심근경색과 같은 돌연사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물론 일반인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소홀히 하기 쉬운 고혈압은 시한폭탄 고혈압은 증상이 별로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서서히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에 걸리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시한폭탄의 뇌관과 같다.
고혈압은 피가 혈관 벽을 너무 세게 미는 것을 의미하는데,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혈압이 높게 유지되면 서서히 혈관 벽에 손상과 변화가 생겨 합병증이 발병하게 되는데, 이 문제의 혈관이 뇌혈관이면 뇌경색이나 뇌출혈, 심장의 관상동맥이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을 일으키고 대동맥이 늘어나거나 터질 수 있다. 고혈압은 또 심부전으로 숨이 차기도 하고 콩팥 기능을 손상시킬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혈압은 기온에 따라 변하는데, 날씨가 추우면 혈압이 올라가고 따뜻하면 내려간다. 정상 혈압을 보이는 사람도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이 1.3㎜Hg 정도 올라가고 확장기 혈압은 0.6㎜Hg 정도 높아지게 된다. 즉, 기온이 10도만 내려가도 혈압은 13㎜Hg나 올라가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교감신경계가 자극받고 피부혈관이 수축하므로 심장은 더 큰 압력을 가해야 전신에 피를 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혈압이 높아지다보면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도 강해지기 때문에 결국 이미 동맥경화증으로 약해진 혈관이 쉽게 손상될 수 있고 그로 인해 혈관 내 혈전이 만들어져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질 수 있어 고혈압 환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추운 곳에서 오래 머물다가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는 경우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며, 심하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서홍석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은 외출 전후 실내외 기온 차이로 인해 체온에 차이가 많이 나지 않도록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며 "서서히 실내온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실내로 들어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잠시 외출해도 가벼운 옷차림은 금물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반드시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약 복용을 중단했을 경우 중풍 등 뇌손상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질 때는 고혈압 환자들의 건강관리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수시로 혈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혈관의 혈압 조절능력이 떨어진 노인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 혈압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기본적으로 외출을 할 때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고,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올 때도 지나치게 실내온도가 높아 체온이 갑자기 많이 상승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따라서 잠시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반소매나 가벼운 옷차림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은 외출 시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면 도움이 되며, 외출 후 집안의 실내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또한 고혈압 환자는 과도한 음주를 피해야 한다. 과음은 혈압을 높일 뿐만 아니라 혈압약 효과도 떨어뜨린다. 흡연도 혈압 상승을 유발하며 각종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이와 함께 체중을 줄여야 한다. 살이 찌면 교감신경계가 자극되고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호르몬이 많아져 혈압이 높아지게 된다.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짠 음식을 적게 먹고, 칼륨이 많은 과일과 야채를 먹으면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김, 해파리, 미역 등의 해산물과 사과, 토마토, 포도 등의 과일, 부추, 오이, 시금치 등 채소류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으로는 심폐지구력을 기르는 속보와 가벼운 조깅,수영 등이 좋다. 운동은 하루에 30분 정도,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시간은 새벽보다는 기온이 올라간 오후에 하는 것이 좋다.
◆ 55세부터 10년마다 뇌졸중 위험 2배씩↑
기온변화가 심한 시기에 가장 위험한 질환은 뇌졸중이다. 세계뇌졸중기구(World Stroke OrganizationㆍWSO)가 10월 29일을 `세계뇌졸중의 날`로 정한 이유도 기온차가 심한 이맘때쯤 뇌졸중 발병이 많기 때문이다.
을지대병원 신경과 고영채 교수는 "찬바람이 불 때면 혈관수축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뇌졸중 발생률이 더욱 높아진다"며 "발병하기 전에 나타나는 몇 가지 징후들을 알아둬 뇌졸중을 예방하거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3대 사망원인 중 하나인 뇌졸중(중풍)은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뇌 기능에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짐으로써 뇌가 손상을 받아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을 말한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 생기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뉜다. 뇌졸중은 일반적으로 55세부터 매 10세가 증가할 때마다 위험도가 2배씩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50대 이상에서 발생빈도가 높다. 뇌졸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로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는 혈관 벽 내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전신성 질환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이 막혀 뇌조직으로 혈액이 공급되는 것이 차단되기 때문에 뇌에 직접적인 손상을 준다.
고영채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뇌졸중 발병이 5배가량 더 높고 뇌출혈과 뇌경색 모두를 일으키기 쉽다"며 "당뇨병 환자도 건강한 사람보다 2배 이상 뇌졸중 위험성이 있으며, 심장질환 환자와 흡연자들도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 뇌졸중 증상 땐 3시간 안에 치료받아야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혈관에 이상이 생겨도 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본인이 미처 느끼지 못하지만 증상이 조금씩 악화돼 나타난 것이다. 혈관이 견디지 못할 정도가 돼야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데, 이럴 때 갑자기 반신불수가 되거나 의식을 잃는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징적인 것은 갑작스럽게 무언가 이상이 발생하는 것인데 팔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갑자기 어지럽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잘 안 보이는 시야결손이 생긴다. 또 갑자기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원하는 말을 못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 내지 실어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식물인간 상태나 치매가 와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뇌졸중 치료에는 `골드타임`이 있다. 이는 뇌졸중 초기로 혈전 용해제 치료가 가능한 시간을 일컫는 것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드타임은 3시간이며 아무리 늦어도 6시간 안에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