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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도 없이 火葬한 '잔액 3000원' 60대 부부, 그들의 유골함엔 이름없이 374, 394 번호만…
글쓴이 : njm 날짜 : 2012-07-23 (월) 07:05 조회 : 1004

[점점 늘어나는 한국의 無緣死… 어느 부부의 죽음으로 보니]
일가 친척과는 연락 끊기고 동네 사람과도 거의 교류 없어… 지난달 함께 목숨 끊어
병원 안치실에서 27일간… 그들의 마지막 지키는 사람은 관 나르는 인부들뿐

22일 오후 1시 5분쯤, 인천시립승화원(화장장)에 도착한 영구차(靈柩車)에서 관 두 개가 내려졌다. 두 관을 지키는 사람은 관을 나르러 온 인부들밖에 없었다. 장례를 치르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무연고(無緣故) 사망자'의 관이었기 때문이다.

두 시신은 성인천한방병원 안치실에 27일 동안 있다가 이날 화장터로 옮겨졌다.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하는 '직장(直葬)'이다. 시신은 곧장 화장로로 옮겨졌고, 텅 빈 유가족 대기석 전광판에 '화장 중'이라는 붉은 글씨가 떴다. 1시간 30분 후, 시신은 작은 나무 상자 두 개에 담겨 납골당으로 옮겨졌다. 고인(故人)의 사진과 가족이 남긴 편지로 빼곡한 유리 진열장을 지나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무연고 사망자 유골함 창고가 나왔다. 나무 상자가 창고 가득 쌓여 있었다. 두 사람의 유골이 담긴 나무 상자는 이름도 없이 '374' '394'라는 식별 번호만 간단히 적혀 창고 한편에 놓였다.

 22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 인천시립승화원 무연고 납골당에는 이름 대신 식별번호로 표기된 유골함 수천개가 보관되어있다. /김나은 인턴기자(동국대 영어통번역학과4)

이 두 유골함은 통장에 잔액 3000원만 남긴 채 지난 6월 25일 인천광역시 남구 숭의동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부부 여모(69)씨와 김모(68)씨의 것이다〈본지 6월 27일자 A11면 참조〉. 여씨 부부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늘어가는 무연사(無緣死) 현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집에서 함께 목숨을 끊은 부부의 시신은 하루 뒤인 26일, 세 들어 살던 사람이 발견했다. 부부의 시신 옆에는 신분증과 시신 기증 서약서가 있었다. 함께 놓인 유서에는 '시신을 기증해주고 따로 부검은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부가 차분하게 죽음을 준비한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집 안은 물론 마당도 깨끗이 정리돼 있었고, 가전제품은 이미 며칠 전 고물상에 처분한 상태였다. 부부는 키우던 꽃과 나무도 화학약품 처리해 죽였다. 창문은 활짝 열어놓았는데, 숨진 사실이 쉽게 발견되길 원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죽은 지 26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옮겨져 결국 부패한 시신은 기증되지 못했다. 이들의 죽음에 대해 얘기해 줄 사람마저 아무도 없어 경찰은 부검까지 해야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시신 머리맡에 놓인 5만원짜리 지폐 10장이었다. 통장에 3000원만 남긴 여씨 부부가 왜 이 돈을 두었을까? 무연고로 사망한 사람의 장례 절차를 위해 국가가 영안실 등에 지급하는 돈은 50만원이다. 부부는 자기들의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비해 조치해 두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씨 부부에게도 가족이 있긴 있었다. 그러나 30년 전 둘이 재혼하는 과정에서 연(緣)을 끊은 상태였다. 경찰이 수소문 끝에 가족에게 연락했지만 여씨의 전 부인과 아들은 "빈소는 무슨 빈소냐. 그런 거 해줄 생각 없다. 연락하지 마라"며 장례를 거부했다. 김씨의 아들은 오래전 숨졌다.

본지 기자가 여씨 부부가 살던 동네를 탐문했더니,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문 10여곳을 두드려 물어보았으나 이웃 대부분이 부부가 숨졌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도 "여기서 3년 반이나 있었는데, 여씨 부부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고, '동네 마당발'로 유명한 통장도 "인구주택총조사 할 때 딱 한 번 봤다"고 말했다.

여씨 부부를 기억하는 동네 주민은 바로 옆집에 사는 임모(64)씨 딱 한 명이었다. 장애인인 조카, 열일곱 살 손녀딸과 함께 사는 임씨는 여씨 부부보다 더 어렵게 살고 있었다. 임씨는 여씨 부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손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은행(銀杏)도 매번 손질까지 다 해서 갖다 주며 매일 3개씩 먹이라고 몇 번을 당부했다"고 했다. 임씨가 "똑같이 어려운 처지에 왜 이렇게 잘해주느냐"고 하자 김씨 할머니는 "나는 남편이 있잖아. 남편 없는 게 얼마나 힘든데…. 남편이 있으니 나는 동생(임씨)보다 훨씬 부자야"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씨에게도 김씨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임씨가 "동사무소에 가면 이것저것 나눠주는 것이 많다"고 했지만, 김씨는 "그런 데 가면 이름이랑 가족이랑 다 밝혀야 하잖아. 그런 거 싫어. 차라리 안 받고 말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임씨는 뒤늦게 여씨 부부가 세상을 떠난 것을 알고 "빈소도 없길래 집에서 열심히 기도만 했다. 좋은 곳으로 가시기만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여씨 부부의 유해는 앞으로 10년간 아무도 찾아가지 않으면 시립 공동묘지에 '같은' 무연사 사망자 유해와 함께 합동으로 매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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