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사유리 어록>
몇해 전 KBS TV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여성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한국 남성패널들과 함께 대담형식으로 풀어가는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가 있었다.
이 프로를 통해 ‘사유리’라는 여성이 오랜동안 일본여성을 대표하는 패널로 출연하였는데,
인물은 이쁘고 곱상했지만 4차원적인 발상과 엉뚱한 대화체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었다.
일본 이름으로는 후지타 사유리(藤田小百合) 올해 36~7세쯤 됐을 것이다.
최근에는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TV화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녀가 방송에 처음 나왔을 때 다른 패널(외국인 여성)들은 이쁜 척하거나
약간의 가식성이 있어 보이는 얘기들로 호감을 얻으려고 하는데 비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자기만의 영역을 지켜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아마도 연출팀에서 엉뚱한 캐릭터로 매력을 발산시켜보라는 주문을 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렇지만 자라온 과정과 평소 생각이 농축되어 있지 않고서는
연출자의 요구를 소화해낼 수는 없는 법.
곱상한 인물에 맞지않게 “개고기가 해장에 좋다”고 말하는가 하면
“개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개 같이 대답하는 사람보다 더 싫다”라고
방송어휘에 적합하지 않은 말을 하는 등 여하튼 이상하게 톡톡튀어 유별난 사람으로만 보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싸이코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이들이<사유리 어록>을 읽고 그녀를 다시 봤다는 얘기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고 하여 인터넷을 찾아 검색해보니 글쓴이가 생각하고 있었던 ‘사유리’라는 여성이,
달라도 너무 다른 점에 놀랜 적이 있다.
그 사람의 단면만 보고 그녀가 싸이코일 것이라고 판단해버리는 자기 중심적인 편견....
그녀의 얘기를 정리해본다.
사유리 씨는 “햄스터와 비둘기를 친구로 삼아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고백할 만큼
이지메(왕따)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녀는 그 마음의 상처로 자꾸 자기 자신이 틀 안에만
갇히게 되고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난 질문 하나로 훌훌 털고 일어나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그 질문은 “내가 뭔데?”
그는 이 질문을 파고든 끝에 엉뚱하지만 남들하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요즈음, 사유리 씨는 트위터(@sayuripokopon)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그녀가 생각한 글을
남과 같이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고 하는데 업로드된 글을 통해 그의 진면목을 살펴보자.
읽고 있으면 어린 시절의 구김살이 얼마나 멋들어지게 다림질 되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차가 없다고 지는 것이 아니고 돈이 없는 것도 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안 나온 것도 지는 것이 아니고, 키가 180cm보다 작다고 지는 것이 아니다.
‘니가 뭔데가 아니라 내가 뭔데’,
사람이 이 정신을 잊어버릴 때 내 인생은 크게 지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명품 가방을 메는 여자는 자신을 과시하려는 여자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사람은 도덕적인 말 속에서 자신의 울분을 풀려고 한다.
나는 매일 15,000원짜리 가방을 메고 다니지만,
남의 물건에 대해서 뭐라고 할 만큼 몰락하지 않았다.”
“돈 잃고 거지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남한테 어떻게 해야 얻어낼 수
있는지만 생각하는 정신 거지가 제일 부끄럽다.”
아직 미혼인 사유리 씨는 남녀관계에서 지나치게 남성 의존적인 일부 한국 여성(김치녀)을
비꼬는 글을 종종 올리기도 한다. 한국 누리꾼들이 자기 주도적인 ‘스시녀’라고
그를 치켜세우는 이유이다.
“친구가 ‘내 인생을 맡길 수 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내 인생은 나 스스로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인생에 대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생기지 않는다.”
“남자가 멋있어 보일 때는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사줄 때가 아니라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일 때이고, 좋은 차를 타고 있을 때가 아닌 끼어드는 차에게 양보해 줄 때다.”
"뭔가 뒤통수 때리는 맛인 것 같아요"
"더러운 피는 건강을 파괴하고, 더러운 돈은 정신을 파괴한다"
그녀의 다른 면도 살펴보자.
2008년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을 방문해 사죄하고 100만원을 기탁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나는 일본을 사랑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우리가 최고다’ 하고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창피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애국자다.” 라고...
2012년에는 광고 출연료 3,000만원 전액을 다시 이곳에 기부했다.
이때 한 말은 “일본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여자라는 마음이 더 크다”였다.
요즘 일본총리 ‘아베 신조’를 필두로 우경화된 일본 정치인들이 조자룡 헌칼 쓰듯
망말들을 뱉아내어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사유리’씨와 같이 마음결이 따뜻하고 생각이 깊은 일본인이 있다는 것에
다소 위안이 되는 요즈음이다.
오늘부터라도 사유리씨가 화면에 비칠 때, 채널을 고정하고 응원을 보내줄 참이다.
세상엔 멋진 여자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