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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은퇴 후 소일거리
글쓴이 : otj 날짜 : 2012-07-15 (일) 11:22 조회 : 1380
깨우지 않아도 일어난다. 이불을 펴고 갠다. 라면·달걀프라이 말고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 TV 안 보고도 혼자 집에서 잘 논다. 밥 짓기, 설거지, 청소기·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고 개기, 화분에 물 주기, 단추 달기, 구두 닦기, 목욕물 받기, 혼자 장보기를 할 줄 안다. 쓰레기 분리수거 날, 속옷·양말 있는 곳, 중요한 서류 둔 곳, 동네 세탁소, 화장지 싸게 파는 곳, 쌀·채소 값을 안다…. 일본에 나도는 '젖은 낙엽' 자가진단 설문이다. 

▶'젖은 낙엽'은 은퇴한 뒤 집에 틀어박혀 아내만 쳐다보는 남편을 가리킨다. 구두 뒷굽에 찰싹 달라붙은 낙엽처럼 아내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는 얘기다. 그 신세 면하려면 스무 개 문항에서 '그렇다'는 답이 열일곱 개는 돼야 한다. 열 개가 안 되면 '젖은 낙엽족(族)'이 될 팔자다. 한국 중년남자 중엔 열 개 넘길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평생 '회사형(型) 인간'으로 살며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러다 은퇴하면 백수 티 안 내려고 집에만 붙어 있게 마련이다. 

▶남편들은 가만히 앉아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받아먹는다. 냉장고 열어보며 갖은 참견 다한다. 그래서 아내들에게서 나온 가시 돋친 우스개가 '삼식(三食)이 시리즈'다. 남편은 아내에게 생활 패턴을 맞춰보려 해도 뭔가를 함께했던 경험이 없어 어색하기만 하다. 천생 TV 리모컨만 눌러댄다. 높은 자리 계시던 분도 늙은 아내와 나란히 앉아 드라마 보며 웃고 소리친다. 놓친 드라마는 다시 찾아본다. 어쩌다 바깥에서 남자끼리 만나도 화제가 드라마다. 

▶엊그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50~70대 남녀 은퇴자의 여가 활용 조사결과를 냈다. 아내들은 하루 네 시간 안팎을 가사(家事)에 쏟는 반면, 남편들은 한 시간쯤만 들였다. 남자가 하루에 TV 보는 시간은 50대 4시간에서 70대 4시간30분으로 갈수록 늘었다. 여자의 2시간45분~3시간35분보다 훨씬 길다. '삼식이 시리즈' 'TV 보는 남자' 얘기와 딱 들어맞는다. 

▶잠 자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면 하루 11시간쯤 남는다. 은퇴 후 삶을 20년만 쳐도 8만 시간이 앞에 놓여 있다. 한 해 평균 근로시간이 2261시간이니 현역시절 36년 인생과 맞먹는다. 취미도, 돈도 없어서 소일거리가 마땅찮다는 건 핑계다. 2000년 전 로마의 키케로는 늙어 할 수 있는 지적(知的) 활동이 무궁무진하다며 봉사, 글쓰기, 외국어 배우기, 철학 공부를 꼽았다. 봉사활동이 수명을 4년 늘려준다는 연구도 있다. 은퇴 후 바다 같은 시간을 때울 것인가, 누릴 것인가. 선택은 순전히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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