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쬐는 시간 줄어들고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해 잠 못자 낮잠 자지않거나 줄이고 밤엔 황색 조명으로 빛 덜 봐야
30여 년간 체육 교사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퇴직한 권모(59)씨는 밤잠을 설친다. 노후 걱정 때문이 아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잠을 잘 못 잔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일찍 깬다. 그러니 낮에 졸려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다. 요즘 코골이가 더 심해졌다는 것이 아내의 타박이다.
최근 권씨 같은 수면장애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2005년 11만명이던 환자가 2014년 41만여 명이 됐다. 10년 사이 4배로 늘어난 셈이다.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0대부터 수면장애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이는 고령사회의 경고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2014년)에서도 전체 수면장애 환자 41만3895명 중 50대 이상이 65%를 차지한다. 수면장애가 인구 노령화와 현대인의 낮·밤 빛의 부조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잠의 질은 떨어진다. 수면 유도 및 유지 호르몬인 뇌 속 멜라토닌 생산과 분비가 적어진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는 수면 분절 현상이 일어난다. 생체 시계 주기도 빨라져 새벽에 일어나게 된다. 밤에 잠들기 어렵고, 선잠을 자다가, 새벽에 깨는 식이다.
대학병원 수면센터 분석에 따르면, 전직 교사 권씨의 수면장애 핵심 원인은 두 가지다. 우선은 기상 시각의 불규칙이다. 아침에 깨는 시각이 일정해야 생체 시계가 그 시점을 기준으로 규칙적으로 움직여 밤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하지만 권씨는 은퇴 후 출근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기상 시각이 들쭉날쭉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 이은(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은퇴자의 전형적인 수면장애는 불규칙한 기상 시각에서 시작된다"며 "밤에 잠드는 시각보다 아침에 깨는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데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씨 수면장애의 둘째 요인은 낮에 햇볕을 많이 쬐던 생활을 하다가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햇볕 자극으로 생산이 늘어나는 뇌 속 멜라토닌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고려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인간의 생체 시계는 아침 빛에 자극돼 작동하고 일몰에 꺼지는 리듬을 갖고 있는데 요즘 현대인은 낮에 빛을 덜 보고, 밤에 너무 환한 빛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이 리듬이 깨져 수면장애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면 관련 호르몬의 작동으로 정상적으로는 새벽 2시쯤 혈압·심박수·체온·각성도가 가장 낮은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그 시점이 앞이나 뒤로 불규칙하게 움직이면서 밤에는 수면 장애가 오고, 낮에는 짜증과 기분 장애가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각성 효과를 내는 백색 형광등을 집 안에서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형광등에는 가시광선 파장 중 파란 계열(블루 라이트) 파장이 많은데, 그로 인해 밤에 각성이 유발돼 수면이 상당히 늦어지게 된다. 밤에 '블루 라이트'가 나오는 스마트폰 액정을 과하게 쳐다보는 것도 각성을 유발하여 수면을 해친다. 이에 야간 시간에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는 스마트폰 앱(App) 사용이 추천된다.
양질의 수면을 위해서는 ▲야간에 황색등을 통한 간접조명으로 빛의 자극을 줄이고 ▲밤에는 과격한 움직임을 줄여 체온을 서서히 떨어뜨리며 ▲낮잠을 자지 않거나 줄이고 ▲침실로 걱정거리나 화가 나는 상황을 가져가지 말며 ▲낮에 햇볕을 받으며 산책하기 등이 권장된다. 불면증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하면 만성화될 수 있으므로, 병원 진료를 받아 중독성이 적고 약효 시간이 짧은 수면 유도제 사용도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