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게시판 > 

총 게시물 404건, 최근 0 건
   
[만물상] 은퇴 후 소일거리
글쓴이 : otj 날짜 : 2012-07-15 (일) 11:22 조회 : 1381
깨우지 않아도 일어난다. 이불을 펴고 갠다. 라면·달걀프라이 말고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 TV 안 보고도 혼자 집에서 잘 논다. 밥 짓기, 설거지, 청소기·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고 개기, 화분에 물 주기, 단추 달기, 구두 닦기, 목욕물 받기, 혼자 장보기를 할 줄 안다. 쓰레기 분리수거 날, 속옷·양말 있는 곳, 중요한 서류 둔 곳, 동네 세탁소, 화장지 싸게 파는 곳, 쌀·채소 값을 안다…. 일본에 나도는 '젖은 낙엽' 자가진단 설문이다. 

▶'젖은 낙엽'은 은퇴한 뒤 집에 틀어박혀 아내만 쳐다보는 남편을 가리킨다. 구두 뒷굽에 찰싹 달라붙은 낙엽처럼 아내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는 얘기다. 그 신세 면하려면 스무 개 문항에서 '그렇다'는 답이 열일곱 개는 돼야 한다. 열 개가 안 되면 '젖은 낙엽족(族)'이 될 팔자다. 한국 중년남자 중엔 열 개 넘길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평생 '회사형(型) 인간'으로 살며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러다 은퇴하면 백수 티 안 내려고 집에만 붙어 있게 마련이다. 

▶남편들은 가만히 앉아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받아먹는다. 냉장고 열어보며 갖은 참견 다한다. 그래서 아내들에게서 나온 가시 돋친 우스개가 '삼식(三食)이 시리즈'다. 남편은 아내에게 생활 패턴을 맞춰보려 해도 뭔가를 함께했던 경험이 없어 어색하기만 하다. 천생 TV 리모컨만 눌러댄다. 높은 자리 계시던 분도 늙은 아내와 나란히 앉아 드라마 보며 웃고 소리친다. 놓친 드라마는 다시 찾아본다. 어쩌다 바깥에서 남자끼리 만나도 화제가 드라마다. 

▶엊그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50~70대 남녀 은퇴자의 여가 활용 조사결과를 냈다. 아내들은 하루 네 시간 안팎을 가사(家事)에 쏟는 반면, 남편들은 한 시간쯤만 들였다. 남자가 하루에 TV 보는 시간은 50대 4시간에서 70대 4시간30분으로 갈수록 늘었다. 여자의 2시간45분~3시간35분보다 훨씬 길다. '삼식이 시리즈' 'TV 보는 남자' 얘기와 딱 들어맞는다. 

▶잠 자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면 하루 11시간쯤 남는다. 은퇴 후 삶을 20년만 쳐도 8만 시간이 앞에 놓여 있다. 한 해 평균 근로시간이 2261시간이니 현역시절 36년 인생과 맞먹는다. 취미도, 돈도 없어서 소일거리가 마땅찮다는 건 핑계다. 2000년 전 로마의 키케로는 늙어 할 수 있는 지적(知的) 활동이 무궁무진하다며 봉사, 글쓰기, 외국어 배우기, 철학 공부를 꼽았다. 봉사활동이 수명을 4년 늘려준다는 연구도 있다. 은퇴 후 바다 같은 시간을 때울 것인가, 누릴 것인가. 선택은 순전히 자신에게 달렸다.

   

총 게시물 404건, 최근 0 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04  내 이름은 지보내, 나이는 50세, 뭇 사내들이 … +2 선열반 01-11 4849
403  모란동백 이제하 +3 ljh 10-21 4736
402  봉황이 연작을 따돌리며 무음의 올가즘 # 1 +2 dkpark 02-13 3600
401  나는 실장이었다-8 써니 06-22 3388
400  탄트라 3급 요가 무도(無道) 올가즘 +2 dkpark 02-12 3142
399  안녕하십니까? 백세넷입니다. +1 100se 05-21 2966
398  무전·유병장수 ‘악’ 무업·독거장수 ‘헉… 6070 04-19 2687
397  퇴직 후 창업 어떤 아이템 인기있나 6070 04-08 2638
396  나는 실장이었다-9 +2 써니 06-22 2623
395  나는 실장이었다-4-1 써니 06-22 2584
394  오목두기 +10 borabora 05-30 2510
393  나는 실장이었다-1 (퍼옴) 써니 06-22 2380
392  風吹けば名無し (笹山 希) 써니 02-15 2323
391  조미미 최헌 잇단 별세 6070 스타 사망소식 가… nse 10-21 2186
390  [사설] 은퇴자 울리는 프랜차이즈 횡포 막고 … 6070 04-11 2136
389  결례일은 아니였읍니다 +1 dkpark 12-11 2068
388  표독스러운 표정의 백미 +1 써니 09-24 2067
387  뉴욕 센트럴파크, 가을 써니 10-26 1982
386  일본 여자는 팬티를 입지 않는다. 써니 02-01 1933
385  삼성경제硏 “40, 50대 백수 60만명 육박” 백수 04-27 1908
384  나는 실장이었다-7 써니 06-22 1863
383  House In The Forest 써니 09-12 1815
382  파리의 비오는 밤 써니 09-20 1798
381  나는 실장이었다-4-2 써니 06-22 1791
380  내 컴은 내가 고친다.(57가지 증상 대처법) anne 10-15 1747
379  실생활에서 편리한 생활의 지혜 (5) tips 10-15 1743
378  긴짜꾸(銀座區) 여주장의 남편. 정반대의 이… +2 dkpark 01-17 1734
377  유용한 사이트 모음. morning 10-14 1671
376  나는 실장이었다-6 써니 06-22 1604
375  결례일은 아니였읍니다 bubza 12-10 1584
374  심장 건강을 해치는 직업 10가지 6070 04-19 1559
373  90세 최고령 방송통신대 입학 - "정보 넘쳐나… qkxj 04-30 1537
372  “취미생활을 노후의 동반자로” 6070 04-16 1532
371  신문 잡지 웹사이트 모음 anne 10-15 1530
370  여자의 생각 vs 남자의 생각 +1 써니 06-24 1530
369  내 이름은 지보내, 나이는 50세, 뭇 사내들이 … +9 선열반 01-07 1521
368  "성생활 덕에…" 60세女 고씨가 달라진 이유는 sung 05-14 1392
367  [만물상] 은퇴 후 소일거리 otj 07-15 1382
366  유언, 상속분쟁 막는 최선책 6070 04-08 1374
365  나는 실장이었다-2 써니 06-22 1326
364  [보험으로 하는 재테크] ② 연금보험 제대로 … sbn 07-30 1325
363  시간도 여유도 없는 50대 100세시… 05-11 1318
362  [도전 또 도전… 제2의 인생 사는 이들] "예순 … 6070 04-16 1317
361  과부네 고추밭이 잘 되는 이유 +1 선열반 01-26 1317
360  노르웨이 오로라 써니 10-12 1317
359  대만 6.4 지진 +1 써니 02-09 1306
358  나는 실장이었다-3 써니 06-22 1300
357  실생활에서 편리한 생활의 지혜 (4) tips 10-15 1286
356  은퇴 자금 7억원 어떻게 운용할까? 이정걸 04-27 1282
355  A lake above an ocean, Faroe Islands, Denmark. 써니 12-25 1270
 1  2  3  4  5  6  7  8  9  맨끝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