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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생각한다
글쓴이 : wind 날짜 : 2017-10-18 (수) 14:19 조회 : 422

(오래전에 쓴 글입니다.  창밖의 가을을 보며 다시 꺼내 읽습니다. 내 인생의 계절을 새삼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도(茶道)의 명인(名人) 리큐(利休) 화상(和尙)이 정원(庭園)을 바라보며 아들을 불렀다. “애야, 참으로 아름다운 가을이로구나. 내가 차를 준비할 동안 너는 정원을 청소하거라.” 항상 근엄하시던 아버지가 모처럼 차를 같이 끓여 마시자고 한다. 아들은 기쁜 마음으로 정원을 청소하였다. 마당을 쓸고 정원수와 화분에 물을 주고 대청 마루를 정성스럽게 닦았다.

“아버지 이제 차를 끓이시지요.” 그러나 밖을 내다 본 아버지는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아들은 더욱 정성을 다하여 한 번 더 쓸고 닦았다. “아버지,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아버지는 “아니, 그게 아니다...” 아들은 다시 구석구석을 쓸고 닦았다. 정원에는 검불 하나 떨어진 것이 없이 깨끗하였고, 물을 뿌려서 씻겨진 화분과 정원수가 그리고 이끼와 넝쿨까지도 싱싱한 풀빛으로 반짝거렸다. “아버지 이제는 되었지요?” 밖을 내다보던 아버지는 대답 대신에 성큼 마루에서 내려가서 정원에 있는 나무들을, 그 가지를 흔들어 대었다. 찍어 바른 듯 붉은 색의 단풍이, 황금빛 나는 낙엽이 우수수 날려 정원에 깔린다. “가을의 정원은 이런 것이다. 자, 이제 차를 끓여야지.” 

아들이 생각한 것은 정원의 청결함 이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바란 것은 정원의 아름다움이었다. 「있어야 할 것들이 때맞추어 있어서 이루는 조화」 그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인 것이다. 가을의 정원에는 낙엽이 당연히 깔려있어야지.

새해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벌써 10월 한 가운데 서있는 나를 발견한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귀 언저리에도 어느덧 서리가 많이 내려 앉아있다. 이제 내 인생도 가을이라는 계절에 들어선 것일까?

우리는 4/4분기가 시작하는 10월이 되면 금년의 실적을 취합 평가하고 내년도 영업계획을 보고하라는 지시공문이 본사로부터 내려오기 시작한다. 보고 자료를 준비하면서 문득 리큐의 정원과 함께 내 인생의 가을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나의 가을을 정리하고 있는가? 물론 리큐의 아들처럼 부지런히 나무에 물을 주고 구석구석 먼지를 닦고 마당을 쓸어내고 있겠지. 그러나 가장 소중한 알맹이는 외면한 채 어설픈 꾸밈만으로 나의 가을을 장식하고 있는 것 아닌지? 리큐 화상은 나의 가을 정원을 어떻게 보아줄지..

일년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세월의 짧음과 나의 때가 기한이 있음을 아쉬워한다. 나에게 너무도 짧았던 봄과 여름, 그러나 가을은 얼마나 더 짧을 것이며 다가올 겨울은 또 얼마나 덧없을 것인가?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몇 번이나 더 가을을 맞을까? 잘하면 열 번? 지난 십 년이 빠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십 년은 얼마나 더 빠를 것인가?  

삶에 대한 고마움은 오히려 그 삶이 참으로 짧고 덧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느낀다고 하면 그것은 분명히 역설이다. 이 가을에 금년 한해를 정리하면서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게,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그리고 일거리를 준 고객들에게 새삼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이 앞선다. 사람 한 평생에는 ‘배우는 때’ ‘일하는 때’ ‘거두어 드리는 때’ 그리고 ‘손을 놓아야하는 때’가 있는데 이제 나는 ‘놓아야하는 때’를 헤아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삶 가을의 정원을 리큐의 아들처럼 청결함과 윤택(潤澤)함으로 치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낙엽이 바닥에 흩어진 이 모습을 그대로 사랑하면서 다가올 노년을 준비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가을이 오면 쓸쓸함을 슬퍼 하지만, (自古逢秋悲寂寥)

나는 말하리니 가을날은 봄날 아침 보다 나은 것을.(我言秋日勝春朝)

맑은 하늘에 한 마리 학이 구름 헤치며 올라가나니,(晴空一鶴排雲上)

시정(詩情)을 끌고 푸른 창공에 이르는 것, 이것이 바로 가을이 아니겠는가.(便引詩情到碧空)”


위의 추사(秋思)라는 시는 당나라 말기 유우석(劉禹錫)이라는 이가 지방관리로 좌천되어 암울한 나날을 보낼 때 쓴 글이다. 그러나 작자는 가을을 허무함이나 서글픔만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시정(詩情)이 푸른 창공에 이르는” 그런 기상으로 현재의 입장을 승화시킨 것이다. 

누구에나 찾아오는 것이 가을이다. 그러나 가을의 생명력은 그것을 느끼는 자 만이 얻을 수 있는 것. 이제 가을은 깊어만 간다. 


써니 2017-10-18 (수) 15:24

마침 

오늘 앞 마당의 낙엽을 치웠습니다.
갈쿠리로 낙엽을 긁어 모아 쌓고
그린빈에 넣는데 세 시간도 더 걸렸습니다.

앞마당에는  70~80 피트 정도도 넘는 거대한 측백나무 한 그루, 
그리고 하우스 크기 정도의 나무 네 다섯 .

낙엽의 양이 하도 많아 치우다 보니  앞마당만 치우는데도
만보계가 알람을 울리는 군요. 만보를 막 넘어 섰다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오락 가락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며칠전에는 잔디깍느라 한 나절을 꼬박 힘을 뺐는데...

낙엽이 너무 많아 치우기 힘들다는 생각의 변명을 하느라..
가을의 정취에 맞게 낙엽을 그대로 쌓이게 두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러나 낙엽이 앞마당 건너 인도에 까지 널려서 치우는게 낫겠다 ....
낙엽을 치워도 치워도 ....... 또 엄청 떨어 질테니 
뒷마당은 손도 못댔는데...........

세시간동안이나 치우다 보니 힘이 너무 들어 
대충 마치고 들어와 

거실에서 창으로 내다 보며....드립 블랙커피 한 잔..........
아마 앞으로도 낙엽이 한 트럭정도는 쌓일텐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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