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라면 역시 감자다.
감자전만큼 부글거리는 여름에 잘 어울리는 전이 있을가?
쨍쨍 내려찌는 햇볕의 오후에서도, 쫙쫙 쏟아붓는 소나기 아래에서도
잘 어울리는 전이 감자전이다.
그 와중에 부추다.
베어내면 그 자리에서 또 자라는, 또 베어내도 또 자라는 ...
그 생명력에서는 최고의 채소인데 역시 여름이 제출이다.
감자만 갈아넣어도
감자를 갈아 양파를 섞어도 뛰어난 맛이지만
부추를 섞어 넣으면 향이 우월한 부추감자전이 된다.
질좋은 수미감자를 큰 것으로 두 개 준비했다.
감자는 강판에 씩씩하게 갈아준다.
팔이 좀 아프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다만 손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갈아야한다... 아픈 기억이...ㅡㅜ
갈아 놓은 감자에서 즙을 떠내면 밀가루를 섞지 않아도 괜찮다.
부추는 송송 썰어서 감자 반죽에 섞어준다.
부치기 직전 간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지만
걍 심심한 맛을 좋아하는 인간은 그냥 부친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불에서 잘 지져낸다.
뒷편을 충분히 지져내고 앞면은 살짝 지져내면 부추 색이 조금 이쁠거라고 믿는다.
믿음은 믿음일 뿐일 때가 많지만...--;;;;
대략 이런 모양새이다.
동그랗게 예쁘게 모양잡지 않아도 내추럴한 것이 봐줄만하다.
약간 도톰하게 부쳐냈더니 씹는 맛이 좋다.
감자전 특유의 부드러운 아삭함에 부추의 꽤 진한 맛이 잘 어울어진다.
딱히 매운 고추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강한 풍미를 자랑한다.
그냥 먹어도 좋고 매실즙을 살짝 첨가한 간장에 찍어먹어도 좋다.
겉은 파삭하지만 안에는 촉촉하니 부드러움이 남아있다.
약한 불에 너무 오래지져서 좋지 않은 이유는 이 촉촉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중불에 빠르게 지져내도 감자는 빨리 익는다.
이 촉촉함을 충분히 지켜줘야할 가치가 있다.
두 건강한 식물이 만나서 부족한 인간에게 건강을 남겨준다.
꽤 괜찮은 마음이다.
인간인 나로서는 감자와 부추라는 식물에게 고맙다고 속삭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