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가 촉촉한 그녀가 점교스님이 쓴 2푼 예서, 8푼 전서 채옹의 글체를 보며 말한다."비파를 가져왔으면 조씨와 우씨 부인의 채옹을 뜯을텐데."
"왜요? 배다리 놓으시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 채옹 영자팔법. 정막이 고안하고 예서의 명인 위부인이 필진도를 그렸다지요. 그 뭐 있죠? 측, 륵, 노, 적, 책, 략, 탁, 책. 그런 거 말이죠. 아 아닙니다. 잘 하세요."
이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벙거지를 쓰고 장구를 자릿자릿 천천히 치며 스님의 귀를 떨리게 한다.
흥(the delight)과 멋(full of grace). 천연적인 모자람은 다리를 받치는 가운데 기둥으로 궁중의 기똥거리는 위달을 세워준다.
여와 아씨는 오색의 돌을 반죽하여 도리천을 깁고 버선발로 그의 귀탱이를 세우고 족자에 걸린 표구된 열두 구비 골짜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처럼 상체를 움직였다.
정인의 한국춤은 영원한 풍수.
귀룡폭포 물이 세찬 바람에 소나기를 휘뿌리며 펄럭이는 물자락같이 어깨는 주름지며 팔을 넓게 물에 띠우고 뒤로 일으키고 한 무릎을 운우지어 가볍게 돌며 앞으로 나아가다 내 디디고 뒷 꿈치로 돌다가 방바닥에 끌리는 치맛깃을 사문(sramana)의 무릎에 가볍게 대고 감춰진 버선발을 길게 늘여 스님의 발을 살짝 눌렀다가 오른 쪽으로 돌아 가볍게 삐친다.
첫번 자태가 비슷한 자태를 유발하여 가속의 동기가 되어간다.
뻗음과 오무림, 남음과 모자람을 나아감과 물러서며 음과 양의 조화된 기운. 선품이 야해지는 육근의 먼지. 이른 바 그 스님의 금강경 색성향미촉 육진법.
나무아미관세음보살! 곤붕사바의 애먹임.
그가 싫어하고 꺼리는 일, 시기하여 새암내는 일남이녀.
옷자리 스님의 뒤를 다시 돌며 자릿자릿 장구로 연무하며 화관무(the sparkling coronet dance)에서 유혹의 승무.- Seductress Dance for Her Lover Monk
"나무관세음보살!"
황하 가운데 격류에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지주폄석.
곱송거리는 밤송이. 해송권 짚신에는 제 날이 좋다.
장성한 가까운 사이에 쓰는 알아들을 수 없는 가리비 말.
풀 먹인 옷을 입고 모전을 두건으로 바꿔 쓰고 점점 빠르게 세게 치며 그의 주위를 돌다 발로 꼬여 앉은 스님의 발을 살짝 밟고 독수공방에서 낭군을 그리워하다가 비단에 쓴 두도의 아내 소혜의 회문시를 읊는다.
비늘같은 잔 물결을 일으키며 스님에게 얼굴을 내민다.
치마단의 초가을 바람은 스님의 옥출을 살짝 스치며 과피가 익어 자연히 벌어져 경인이 옷을 헤치려할 때 '척! 덩더꿍!"
장구를 높이 들어 빨리 빼치며 소리를 드높혔다.
스님은 눈 감은 채 쥐난 결과부좌 천천히 반가부좌되고 두 다리가 펴지면서 경탁 아래 증표의 붉은 가사(kashaya)가 풀린다.
매료하는 내내자(enchantress)의 옥지는 선사에게 함께 기뻐해달라는 무재칠시를 원하여 얕은 듯하나 깊은 호수에 스님의 혼을 빼앗아 공멸하는 여적과 같이 빠지고 있다.
암키와를 적시는 빗물은 추녀에서 뚜두둑 떨어지고 깨진 독으로 만든 옹유창 밖 논두렁 풀은 단비에 초록해졌다.
그녀의 힘이 어디에서 나올까?
기남자의 옷이 미끄러지고 비녀의 소매부리가 당기어질 때에 스님의 소매에서 수진(일기장)이 떨어진다.
선정(禪定)의 패찬(염불)이 그치고 스님도 일어나 탈을 쓰고 양 손에 바라를 잗갈며 춤을 추기 시작.
그녀의 독진과 스님의 독경장.
"꽝! 딱! 꿍! 뚱!"
소매는 갈필의 육인화에 부딪쳤다 떠어지며 옷을 끌다가 퇴자 놓는다.
여인은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야 하고 남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야 한다. "덩 더 덩더꿍!"
구의와 버선을 벗고(단석) 스님은 장삼을 벗어(납자) 웃아기로 약립을 하루방에 얹고 가사영자로 머리를 싼다(환속).
선승은 판향을 피우고 그녀는 고깔 승무─우바새는 바라춤 추며 너플거리는 갈베천에 긴 낭잣 옥비녀.
그녀 또한 판향에 불 붙인다.─ 진서도 향래일판향 경위중남풍
이 향불은 선승이 남을 축복할 때에, 남을 존경하며 사모함을, 여인의 판향 역시 남자를 사랑한다는 의미.
북채에 갖풀 굳어지고 '덩 더 덩더꿍! 쓱 싹!"
스님의 귀에 들리는 다듬이 소리.─ 타닥 타닥 토닥 타닥 옹야
어느 틈에 그에 매달리며 탄금을 아르쳐 달라고 애원한다.
"이 주소를 어찌 알았노? 여인은 암자로 배달되는 공양이 아닌데 내 어찌 먹을 수 있는가!
가야금을 타며 글을 읽어야 현송의 성인군자이며 줄로 묶어야 소 두 바리가 한 마리 되나요?""
가무의 운률이 느릿느릿 주춤거리다 그친다.
소사는 농옥에게 봉서를 아르치며 6개 구멍의 박저를 불고 경은 거문고 밑의 두 구멍 상봉지 하봉지를 더듬고 예는 옥천으로 곤봉을 더듬는다.
훤히 트여 입을 벌린 듯하고 초목이 무성한데 스스로 풀지 못하는 주두를 사라쌍수 오솔길 계곡의 샘물가에 담그자 샘물가의 국화 꽃잎이 파르르 떨어진다.
그가 전대를 풀자 의연히 쏘옥 나와 정 표시 빙정옥결 공잇소리 그치지 않는다. 여인의 야들야들한 골격과 살결.
여인의 오묘한 아름다움은 기하학적인 곡선의 비율에 있고 섬세하면서도 그 내는 힘은 물리학적인 직선미에 있나보다.
리듬내는 옥 항아리와 지금 금강저의 조심스런 방울소리.
청신남이 그녀를 당기자 견수자 옷겹선이 갈려 나가고 온유향 내음새. "경의를 입으셨구려."
스님이 넝쿨 맺은 봉궐의 정리를 살린다.
그녀의 흐느끼는 숨결을 들으며 자리로 그녀를 인도하였다.
그녀가 마음을 다잡고 스님을 위해 마련한 녹색 단령의 난삼과 심의를 보시하고 가져온 소반 위에 찹쌀, 밤, 우내시 고용과 쌀장전을 놓는다.
잠자리에 들어가는 신혼부부에게 복록을 받으라고 아낙들이 뿌려주는 쌀장돈에는 '장명수부귀, 여어사수, 부처해로, 오남이녀'라 새겨져 있다.
두 사람은 누워 절 받기로 서로 뿌려준다.
청신남이 가진 재물은 아랫목 감자 두 가마니.
아낙은 남정을 움켜 쥐나 움켜쥐어지지 않고 소무장에 끌려가는 두견새 소리.
그녀의 꿈 속에 '연못 위에는 물새가 서로 마주 보다 머리 박아 가라앉다 뜨고 하늘에는 발톱이 다섯 달린 곤이 수 놓아지고 산 속의 평평한 노대 위에 사슴이 노닐고 장끼가 내릴 때면 물방울튀기는 폭포수에 놀라 물총새는 하늘 높이 날아 오르고.
밭두둑, 개울둑에 같이 나이가고 부드럽게 늘어지며 산들하게 교회하여 그의 주리가 찜질하는 솥이 되어 콩이 삶아지고 비단같이 서늘한 내 살에 닿아 주름 펴주며 비녀 손잡이를 주네'.
어디선가 북소리 성하고 부드럽게 들려 오고.
초계탕, 해즙저와 간장독 골마지 내음새.
그리고 얼마 지났을까.
스님은 그녀와 헤어지면서 난삼과 심의를 그녀에게 돌려준다.
그러나 그녀가 옷을 그에게 도로 준다.
그 이후로 그들이 결혼하여 화목하게 살지만 '나가세요?'
장롱에 넣어둔 그 난삼과 심의가 눈에 안 보이면 남편이 집을 나가버렸나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