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63건, 최근 0 건
   
Re: 헌쇠와 위공(爲公) - 헌쇠(古鐵) 박중기와 위공(爲公) 정수일을 생각하며
글쓴이 : dkp 날짜 : 2014-08-01 (금) 03:54 조회 : 1489
헌쇠와 위공(爲公)
김 정 남 (언론인)

  ‘헌쇠’와 ‘위공(爲公)’은 각각 전 추모연대 의장 박중기와 실크로드학과 문명교류학을 개창(開創)하고 있는 정수일의 아호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금년 11월에는 두 개의 의미 있는 모임이 있었다. 1934년생으로 팔순을 맞은 헌쇠 박중기의 산수(傘壽)문집, 「헌쇠 80년」의 출판기념회(11월 5일)와 위공 정수일의 「실크로드 사전」과 「실크로드 도록」(육로편) 출간 및 산수를 기념하는 모임(11월 19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생일은 정수일이 하루 이르지만, 행사는 박중기의 그것이 2주 빨랐다. 두 모임 모두 그들을 존경하고 따르는 동료, 친지, 후학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스로 나서 행사를 일으켰으니, 그 모양이 아름다웠고 그 분위기가 시종 따뜻했다.

스스로 연탄재가 되어 

  박중기의 ‘헌쇠’라는 아호는 그가 고철장사를 할 때 범하(凡下) 이돈명 선생이 지어준 것으로 장난기가 있어 보이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위아래 사람으로부터 더 친숙하게 불려졌다. 양질의 쇠를 얻으려면 선철만 가지고는 안되고 헌쇠가 꼭 반 이상 섞여야 한다는 깊은 뜻이 ‘헌쇠’에는 담겨있다.

  1974년 4월, 박중기가 다른 사건으로 집행유예선고를 받고 석방되던 날, 그의 오랜 동료 이수병과 김용원은 이른바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검거되어, 그 이듬해 4월 9일 처형되었다. 이로부터 박중기는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들, 특히 경기여고 물리 선생을 하던 김용원이 자기 대신 죽었다고 괴로워한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에서 브레히트의 화자는 죽은 친구들이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고 속삭일 때 “자신이 미워졌다”고 말한다. 박중기가 바로 그런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강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고, 살아남기 위해 비겁하지도 않았다.

  죽음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한참 뒤, 상처투성이의 지친 몸으로 박중기는 그들 가족 앞에 소리 없이 나타났다. 어느 해 겨울에는 백화점에서 동료의 아들에게 외투를 사 입혔고, 외식 한번 하지 못했던 그들에게 탕수육에 자장면을 사 먹였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는 입학금이 든 봉투를 그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버지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망연해하거나 방황할 때는 조용히 다가가 손을 잡아 주었다.

  어디 이들에게뿐이랴. 박중기는 60년대 이래 우리 시대가 짊어져야 할 무겁고 힘든 짐을 지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었고, 그러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 따뜻한 목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의 곁에 없는 듯 있었으며,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조용히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이다. 그는 연탄재처럼 자신을 태워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줬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있어 조금은 슬픔과 고난을 덜 수 있었고, 그가 있어서 위로받았으며, 그가 있어 행복했다. 그것이 「헌쇠 80년」이다.

나에게는 아직도 두 개의 꿈이 남아있습니다 

  정수일은 1996년 11월 28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로부터 2주 뒤 1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00년에 출감했다. 감옥에서 그는 약 2만 5천 매의 원고를 썼다.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을지언정 학문을 귀히 여겨 감옥에서의 집필을 허가했고, 판사는 사형이라는 ‘인위조작적 유한’의 형을 ‘자연순환적 유한’의 형으로 바꿔주었다. 정수일에 관한 한, 대한민국의 검사와 판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수일은 일찍부터 삶의 화두를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으로 겨레에 헌신한다”는 것으로 삼았다. 그의 학문과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다 여기에 닿아있다. 그는 동서문명의 대동맥인 실크로드가 중국까지 와서 멈춘 것으로 되어있는 통념을 깨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통념대로라면 한반도는 문명 세계와 동떨어진 곳이 되어 ‘세계 속의 한국’이 아니라 ‘세계 밖의 한국’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금년 8월 31일,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스탄불∙경주 문화 엑스포’ 개막식에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경주는 실크로드의 시작점이고, 이스탄불은 끝지점’이라고 선언했다. 마침내 통념이 깨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정수일은 실크로드학, 문명교류학이라는 학문의 초야(草野)에 ‘대한민국 정수일’이라는 푯말을 곳곳에 세워놓았다. 그의 저술 하나하나가 그러한 푯말에 다름 아니며 이번에 출간한 「실크로드 사전」과 「실크로드 도록」도 단순한 사전이나 도록이 아니라, 정수일의 80평생 학문적 천착과 삶의 화두가 담겨있는 ‘정수일표 문명교류학 사전이요 도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11월 19일, 정수일은 자신에게는 아직도 두 개의 꿈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이 땅에서 문명교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정립, 활짝 꽃피우는 일이요, 다른 하나는 갈라진 민족이 하나 되는 남북의 통일이라는 것이다.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필마단기로 엄청난 학문적 업적을 일구어냈지만,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우리가 그의 만수무강을 진심으로 축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Re: 헌쇠와 위공(爲公)  - 헌쇠(古鐵) 박중기와 위공(爲公) 정수일을 생각하며

존경하는 그 분들이 하시는 일 중에 기묘(奇妙)하신 고병익(高柄翊) 선생님 그리고 

「실크로드사전」을 펴내신 정수일(鄭守一) 교수님에게 드릴 말씀은 혜초사문의 「왕오천축국전」역주[주석]에 기재된 이름 중에서 누락된 한자(漢字) '田'을 보태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 35번 째 '호탄(Khotan 우전/于?)'에서 '?'는 '田'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곳은 신지앙(新疆. Uygur) 省 터판(Turpan 塔里木) 분지(盆地 Depression)에 위치한 북위 37도 선(線), 해면보다 낮은 표고(標高)  -154 m, 기온 110 ℉의 타크리마칸(Taklimakan 塔克拉瑪干) 사막(沙漠 shamo) 헤티안(Hetian 和田)市의 京沈高速도로(G1 Jingha Express) 동쪽 120 ㎞에 위치한 옥전현(玉田縣) 유티안(于田. Yutian)입니다.
달마선사가 인도에서 거쳐온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기인(奇人)이 많이 오래 사셔야지요
기산영수(箕山穎水) 허유ㆍ소부가 오시라나요 수양산 백이ㆍ숙제가 사람을 찾나요?
어부(漁父) 말처럼 창랑에 물이 탁하거든 발을 씻고요(창랑지수탁혜滄浪之水濁兮), 
鄭선생님처럼 지팡이 짚고 산을 오르며 늪을 향해 휘파람 불어야지요(植杖登山嘯皐).


------


실로암 공동체 <펌>: 성경의 감사지수와 처형폐지론에 대한 격론
모든 일에 대하여 감사지수가 높을수록 행복해진다고요?  사형폐지라고요? 남의 이야기는 하기가 쉽습니다.

지난 1988년도 선거 때 다음 대통령후보로 출마한 민주당 두카키스(Dukakis, Michael)가 사형폐지론을 중요한 이슈로 들고 나왔는데 일리노이大를 나온 버나드 쇼(아이리쉬 '조지 버나드 쇼'가 아님)라는 앵커가 진행하는 CNN 토크 쇼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후보께서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라고 주장을 하신다죠?", "예, 그렇습니다.", "참, 훌륭한 일을 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뭐 하나 묻겠습니다. 만약에 후보의 부인 키티(Kitty)가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다고 합시다. 그리고 범인이 잡혔을 때에도 여전히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두카키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고 당황하여 더듬거리기 시작. 

이를 본 수천만 명의 시청자들은 진짜 자기 일이 되면 그런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지 H. W. 부시(Bush)가 41대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본문에서 인혁당재건운동에 참여한 이수병과 김용원은 처형되었습니다. 
'감사하라'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성경에는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니요?
그러면 살아 남은 강한 동료는 누구에게 어떤 이름으로 감사해야 하나요?
모든 일에 감사하면 더욱 더 행복해진다구요?

그러면 성경은 현실성이 없는 범사에 항상 왜 감사하라고 합니까?─에베소 5:20
그 까닭은 예수 이름 때문에, 예수이름으로 감사하라는 겁니다.

그러면 무작정 당해년 정권에 감사해야 하겠군요?
순종하면 큰 은혜와 축복이 옵니까?

천만의 말씀. 이 건 아닐 겁니다.
비현실적이고 정권을 유지하려는 반민주권력이거나 무능정권에 대해서 죽어주며 감사하라는 건 절대로 아닐 겁니다.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면 사형제도를 폐지하라, 말라, 즉석에서 답변도 잘 하고, 모든 일에 감사를 해야지 제대로 된 크리스챤이다라고 쉽게 말합니다만,

그러나 이 말을 진지하게 나에게 적용할 때는 결코 쉬운 말이 아닙니다.
소수의 횡포와 다수의 횡포가 있는 민주제도.
다수의 불의(Type II error)와 소수의 의(Type II error)가 있는 세상.

자신이 막상 닥치고 보면 소크라테스처럼 법을 지켜야 한다며 당연히 사형을 받으시겠습니까?
자신이 필리핀의 하이옌(Haiyan 1330) 폭풍으로 가족을 잃었다면 하늘에 감사하시겠습니까? 

건투!



   

총 게시물 63건, 최근 0 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dkp님의 독도ㆍ정책연구소 +7 100se 07-29 1619
63  남북통일 올가미 골디안 매듭을 누가 푸나? +2 dkpark 01-27 3255
62  62. 독도에 소나무, 울릉도에 대나무 심자 +1 dkpark 12-31 3074
61  61. 굳세어야 할 우리나라는 동화도 짧아 +1 없음 12-27 3663
60  이런 계륵의 양수와 조조의 모사 순욱을 바꿔 야그하고 있었내.... bubza 12-24 3270
59  59. 을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없음 12-23 2887
58  58. 이석기, 김재연 발가락이 종북세력과 닮았다 +18 dkpark 12-21 1978
57  57. 당랑규선. 산 귀신이 헤살뜨는 국가기상의 고황병 +1 dkpark 11-17 1572
56  56. 이명박은 한발 한발 감옥으로 걸어가는데 김윤옥은 타랍에서 한발 한발 내려오네 +7 dkpark 11-12 1661
55  55. 전시작전권전환 무기한(?)연기론 그 이유 #2 +1 dkpark 10-28 1522
54  54. 한미 전작권 전환연기는 당연한 시세적응/한국측에서 본 관점 #1 +2 dkpark 10-28 1427
53  53. 빈호아(邊和)의 주월사 한국군 증오비 40년 +1 dkpark 10-10 1883
52  52. 노벨상. 따 먹지 못하는 그 신 포도에 돌 던지기 +1 dkpark 10-06 1691
51  51. 교리는 절대악. 참된 행복의 요청이 아니다 +1 dkpark 09-20 1549
50  50. 김대중의 나르시즘과 피그말리오니즘 +1 dkpark 09-10 2438
49  49. 강박관념에 고양이처럼 꽁하는 통치자 +3 dkpark 09-10 1370
48  48. 김대중ㆍ매국노-신한일어업협정을 파기선언하라. +3 dkpark 09-09 1449
47  47. 한국은 미국이 아니면 망할 것. 달팽이 싸움때문에 +2 dkpark 09-08 1735
46  46. 한심하게 정부각료, 관리들이 일을 안해 +4 dkpark 09-06 1548
45  45. 세월호 후유증의 비판적 검토 +2 dkpark 09-05 1379
44  44. 도요토미 히데요시 일본국왕으로 책봉하노라 dkpark 08-31 2050
43  43. 독도. 일본제국 방법론─팽창주의의 장난감 +1 dkpark 08-29 1577
42  42. 독도영유권에 대한 솔로몬 재판 +1 dkpark 08-29 2259
41  Re: 온갖 기술문명의 근본은 수학이다 dkp 08-18 1527
40  2. 다케시마는 일본인이 부르던 죽도(竹島) 즉 울릉도. 독도를 지칭함이 아님. +2 dkpark 08-09 1710
39  다케시마는 한국땅. 일본식물학자의 증언 +2 dkpark 08-07 1983
38  Re: 남한산성에서 있었던 일 dkp 08-02 1520
37  Re: 실록을 지킨 사람들 +3 dkp 08-01 1380
36  Re: 정교분리의 의미 +1 dkp 08-01 1789
35  Re: 1929년 나주역 사건의 재구성 - 국사의 재구성 +1 dkp 08-01 1730
34  Re: 민(民)에 관한 갓난아이론과 호민론 - 국민은 허점많은 갓난애같은가? dkp 08-01 1379
33  Re: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짐승과 무엇이 다르랴 - '공부한 본보기. 공부를 해야 하나'… dkp 08-01 1468
32  Re: 슬프고 힘들면 노래하자, ‘벤다 빌릴리’ 처럼 - 노래로 고셍을 잊자. dkp 08-01 1520
31  Re: 유학(儒學)과 천명(天命) - 천명, 과학과 민주주의. dkp 08-01 1591
30  Re: 헌쇠와 위공(爲公) - 헌쇠(古鐵) 박중기와 위공(爲公) 정수일을 생각하며 dkp 08-01 1490
29  Re: 공부는 왜 하는가? +1 dkp 08-01 1659
28  Re: 로텐부르크 성곽 도시 - 수원 화성에 대하여 dkp 08-01 1585
27  Re: 법정 스님이 사랑했던 다산 선생 dkp 08-01 1401
26  Re: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본주의 비판 +1 dkp 08-01 1507
25  Re: 흡연과 건강 담론 +1 dkp 08-01 1395
24  Re: 진실, 그리고 듣고 싶은 한 마디 dkp 08-01 1291
23  Re: 종교인과 과세 dkp 08-01 1393
22  Re: 도심(道心)과 인심(人心) dkp 08-01 1425
21  Re: 네 살의 아들이 죽어도 그렇게 슬펐는데 dkp 08-01 1440
20  『멸절의 평화. ENDANGERED PEACE. THE PETER PRINCIPLE』 +2 dkp 08-01 1654
19  Re: 식민지 근대화론은 타당한가? (2) dkp 07-30 1429
18  Re: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을까 dkp 07-30 1531
17  Re: 폭력 없는 학교 dkp 07-30 1370
16  Re: 통치 불능의 징후는 완연한데 +1 dkp 07-30 1476
15  Re: 다산의 명문장(名文章) dkp 07-30 1445
14  Re: 엘리트주의를 생각한다 dkp 07-30 1610
13  Re: 종두술과 정약용 dkp 07-30 1978
12  Re: 선비의 마음씨를 회복합시다 dkp 07-30 1363
11  Re: 명철보신(明哲保身)의 참다운 의미 dkp 07-30 1556
10  Re: 茶山詩 독서일기(1) dkp 07-30 1451
9  Re: 큰 범죄엔 너그럽고 작은 죄에만 가혹한 세상 dkp 07-30 1363
8  Re: 친일의 변명과 옹호 담론 dkp 07-30 1329
7  Re: ‘얼빠진’ 나라의 ‘얼빠진’ 대학들 dkp 07-30 1432
6  Re: 이해할 수가 없다 +1 dkp 07-30 1494
5  Re: 국민의 수준 dkp 07-30 1389
4  현대판 조광조의 촌철살인과 공도 dkp 07-30 1554
3  Re: 분노하던 다산은 시라도 읊었는데… dkp 07-30 1432
2  Re: 세월호, 상징과 은유로 경고하다 dkp 07-29 1672
1  dkp님의 독도ㆍ정책연구소 +7 100se 07-29 1619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