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행방불명된 사람에게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를 바리고 가시리잇고'를 읊는 사람 없을게다.
'가는 사람 잡지마라'란 말이 있으나 떠나겠다는 예정을 말하면 나는 붙잡는 성질이 있으니 '가시리 평설(評說)'을 쓴 우리가 잘 아는 영문학자요 국문학자이신 故 양주동 박사님이 '갈 사람은 가고, 있을 사람은 있으라'시며 '떠나련다'고 말하는 사람 포함하여 모두에게 영어로 "Go Man Go, Is Man Is'라고 왜 표현하셨을까?
나는 부부사이에 사흘에 한번, 서로 헤어지자는 말을 4,999번 나누면서 여짓껏 붙어 살고 있는 비극스러운 사람. 햄릿은 오필리어를 (부모)형제지간 보다 40,000배 사랑한다 했서도 하루도 서로 같이 살지 못했다. 나는 헤어질듯 하면서 사랑하며 살았고, 햄릿은 비극 속에서 행복한 순간을 보냈나 보다. 이 것이 과장된 거짓일지라도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좋으나 주례사의 권유처럼 날이 궂으나 개나 부부가 헤어지지 말고 오래 같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
이 인터넷에 깜박깜박 명멸하며 뜨는 광고를 보다가 딴 일이 생겨 전원을 끄면 제일 먼저 부랴부랴 사라지는 게 광고. 얼신거려 뉴스를 못 읽겠더니만 내 용건이 끝났다 싶으면 홈페이지가 닫히기도 전에 제일 급하게 도망가는 게 광고.
그러니 처마 밑의 제비를 보라! 노란주둥이를 둥지 밖으로 제일 먼저 내미는 놈이 토실토실 제일로 살쪘더구만 야단스럽더니 그여코 낙마수로 제일 먼저 죽는 걸. 흥부인들 별 수 있나, 제비가 다리만 살짝 다쳐야지. 이로 보아 먼 발치에서 어미 제비로 부터 덜 얻어 먹고 오래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
내가 열린마당에 글을 올리면 언제나 기분좋게 제일 위에 뜬다. 노란 주둥이로 설쳐대는 제비새끼처럼 내 눈이 동그라지나 이내 죽어가는 제비의 내려깔린 눈꺼플 처럼, 눈밑의 내 주름살 처럼 쳐져 내리며, 독자들의 조회수도 남만 못하다. 그러니 내가 잽싸지도 잘나지 않음을 안다. 이 것이 남이 보는 나요, 내가 상대를 좋아하나 그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 날 알아 주지 않는다. 내가 그를 붙잡아 두고 싶어도 내 정만 날리는 것. 믿으나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 것 뿐 내 양에 차지 않게 떠나버린다. 이 것이 양심적으로 볼 때 내 글의 볼 품이요, 남의 글을 몇 번이고 숙독하는 까닭이 되나 보다. 이 때가 좋은 시절로 알고 있는 것. 그런데 자신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고 남의 사정으로 재미있는 글을 올리기를 기대한다.
이 열린마당은 생각을 공짜로 주고 받는 벼룩시장(flea market). 본보 한국일보사가 댓가없이 공여한 인터넷 무료방. 공짜를 주고 받음에도 일이 벌어진다.
새알까먹는 중언부언에 더러 형님들의 말씀으로 기를 살려 나갈 수도 있을게다. 이는 착하나 능숙하지 않은 애를 돌보고 싶은 본심이요, 더러는 심술?있는 작가가 악플로 시달리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글을 올리는 분의 사회생활 품성이 비춰진 반면상이라고나 할까.
이 곳은 하루 종일 어깨를 짓눌렀던 무게와 피곤함, 마음을 어지럽혔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웃음 글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촬수 김의 떠남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내 마음 따로, 이 것이 헤어짐의 씁쓸함.
그러나 아쉽게도 여기가 행복을 구가하는 장소가 아닐 진데, 그 어느 누가 이 곳이 '행복을 구가하는 곳'으로 알았다면 도깨비가 하는 말; "야 이놈아 그런 곳이 있다면 내가 먼저 가겠다!"
그래서 언제 이 곳을 떠나버릴지 모르는 사람에게 나는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중에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