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 말아, 버리려고 내어 놓은 카펫 틈바귀에 머리만 내어 놓고 나를 구경하는 우리나라 다람쥐를 미국에 온지 35년만에 처음 보았지요.
이 곳 애들은 칩멍이라고 부르고, 들쥐(고퍼) 중에서 못 생기고 심술궂은 여늬 다람쥐(청설모, 청서靑鼠. 스퀴럴)와 구별하지요. 그러기에 흔한 이 '청설모'를 '다람쥐'라 부르면 안 된데요.
그 '줄무늬 농어(striped bass)'처럼 등에는 예쁜 수박무늬에 아담하게 생긴 한국산 다람쥐를 중국인들 역시 밤쥐(율서栗鼠), 꽃쥐(화서花鼠)라고 부른다니까 말입니다요.
이 우리 다람쥐가 그 못생긴 청설모에 붙잡혀 짝짝 찢기워져 죽는다지요!
그런데, 제가 어렸을 적에는 쥐덫 같이 만든 철망에서 물없는 물레방아를 다람쥐가 돌리는 구경을 재밌서 했는데, 어느 누가 한 말을 또 하고 같은 소리를 반복하면 '다람쥐 체바퀴 돌리듯 한다'는 옛말을 들어본 적이 있지요.
그 다람쥐는 그 체바퀴에 올라 쉬지않고 달리고 있지만 철망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지요.
그런데 이 우리나라 토종 다람쥐가 미국에 오면 생활패턴이 확 달라졌는지, 명상하며 내다보려고 목책 앞에 일구어 놓은 동산에 대 여섯 군데에 구멍을 파지 않나, 곱게 삽질한 청석조가리 바치볼(bocce ball. 프랑스:파탕petanque?) 중앙선에 땅굴을 파질 않나, 수영장 물순환 및 온도조절 원격장치 옆에 얼씬대다 내가 지나가면 새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차라리 내 눈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저를 구경합니다요.
그래서 이런 골칫거리 야생동물, 예를 들어 꽃밭이나 쓰레기 통에 얼씬대는 사슴이나 오소리(라쿤)를 쫓으려면 진도개를 키우면 최고 예방법이라지요?
그래서 개를 키울가 하다가, 아예 앞으로는 제가 다람쥐를 구경하려고 마음을 고쳐 먹고, 잔디 가운데 비바람에 두 그루의 도토리 나무에서 떨어진 연두색 도토리를 모아 소두 한 되 정도를 다람쥐가 다니던 루트에 구덩이를 파고 수북하게 채워 놓았더랬지요.
그런데 안 속는 것 있지요.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지요.
그래서 바치볼 경기장에 파놓은 그 땅구멍 가까운 경계선 각목(角木) 위에 바람개비를 세우면 허수아비 효과가 날 것이라 여기고 그 걸 바람에 돌게 해봤지만 소용이 없네요.
그래서 느낀 점은 한국인삼이나 짐승이나 사람이나 미국에 오면 틀림없이 같은 종자인데 불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살기 위해서 성질. 품성이 달라지게 되나보다라고까지 상상해 보았더랬지요.
미국의 체바퀴에 올라타고 다른 교포가 보거나 말거나 비록 열심히 달리지만 한 발자국도 미국인, 특히 백인사회에 문 열고 나가는 토큰이 없으면서도 말입니다요.
도대체 씨앗이 같은 우리나라 사람이 분명한데, 일단 미국에 오면 마치 콩깍지가, 제 속에 들어 있섰던 콩을 볶듯이 말입니다요.-조식 칠보시처럼말이요.
우리같이, 대부분의 순둥이를 구경하면서 말입니다요. 그럼, 고럼 우리가 창경원의 원숭이라도 됬다는기요? 참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