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뒤져 그가 침쟁이라는 걸 알아낸 참에 마침 이름이 없다는 'No Man(빈칸)'을 통하여 그가 어떤 책을 썼다는 걸 알아내고는 가만히 생각하니 속은 것 같아 분통이 터지고, 밥 한끼 준 바 없지만 배반감을 느끼듯 일종의 허탈감이랄까 영 심기가 불편하였다.
물론 상대는 '빈칸'에게 지분거리며 더 뒤지지 말라고 원했다.
그러나 그 농부 생각에,... 마치 여짓껏 키우던 진도개가 똥개라고 판정난 것 처럼 여간 얹잖은 심사가 아니었으니,..
그러다 포도알은 시니까 별볼일이라며 포기하고 그냥 자리를 뜨는 이솝우화 여우의 자기 처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비록 갸놈이 신분을 속인 건 아니지만 가타부타 말이 없고 여전히 자기 마당을 늙스그레 활보하지 않는가.
까닭은 그가 다음과 같은 가정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란 걸 모르기 때문이었다.
1. 다른이와 같이 잡일을 할 때에 자신의 신분을 밝힐 필요가 없다. 그저 묵묵히 구석구석 일만해라. 부자가 따로 없다. 매양 보이는 것 전부가 일거리이기 때문에 구석구석에 손이 갔기에 본래 그냥 깨끗한 집으로 알 뿐이다. 배움도 이와 같다. 거저 알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어머님으로부터
2, 곱사 이야기.-외조부님으로부터
동내를 휩쓸고 다니며, 힘이 적은 젊은애들을 쥐어 박아버리고 괴롭히는 건방진 녀석이 쥐어터지는 한 놈으로부터 "저 산(山)에 올라가면 중턱에 곱사가 한 분 있는데 당신이 언젠가 그 사람에게 혼날 줄 알아요"란 말을 듣고,...
그 꼽사둥이를 혼내주려고 찾아갔다.
부엌에서 솔가지를 힘 안드리고 아래에서 윗쪽으로 찢어 아궁이에 집어넣는 그 꼽사놈을 보고 "거 참 희한하네? 이 솔가지를 윗쪽으로 뜯어내다니. 비맞아 썩어서 그런가?"라며 자기도 그 하나를 집어 뜯으려 했으나 안 되자 죽을 힘을 다 하여 위로 뜯어내려 해도 찢어지지 아니했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그 곱사가 마을 어깨. 사방 쏟아다니며 시장바닥에 널려 펴놓은 좌판을 엎어버리던 중 어느 날 허름한 노인네 한 분이 닥아 오더니 자기 등을 가볍게 툭 한 번 치더래요.
그리고 나서 곱사가 됬고, 마을을 떠나 이렇게 혼자 살고 있습니다라더랍니다.
만나보지도 않은 이 열린마당에서 어떻게든지 도토리 키재기를 하여 그 보여지는 것으로 상대에게 승리하려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세상살이라 여겨진다.
까닭은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북한도당과 동해 명칭, 독도영유권을 생천부 같이 악을 쓰고 주장하고 한류반대 데모나 일삼는 일본인이 아닌가!
좀 멀리 봅시다요. ㅎㅎ
3. 사람의 등급과 지식의 등급.-어머님으로부터
아들은 낳지 못하고 딸만 여덟을 줄줄이 낳자 일곱번 째 딸의 이름을 '이(李)조깟네', 막내둥이 여덟 번 째는 네 아버지가 생각하기에 이 애미에게 하도 기가 막혀 웃는다며 '팔소(八笑)'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
이 애미는 너희들을 구별하지 않고 한결같이 거두어 먹였고, 아픈 놈을 더 보살핀 것이지 더 사랑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너희들이 학교에 가서 공부하다보면 이 생각이 날께다. 그 공부 속에 이쁜 여인이 있고, 지식이 있고 고대광실 부자되는 길이 트인다는 것을 깨달을 께다.
그러나,... 공부 잘한 애는 상장을 받고 앞에서 뽐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예법은 부모로부터 온전히 배워야 될 줄로 안다. 이 애미에게 뭐 물어볼꺼 있냐?
그래 네들이 내게 물어볼 말도 잊었느냐?
이, 애미 말은, ..공부만 잘 해서 된다는 것이 아니라,...'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야 한다'듯 그 공부한 지식을 꿰어야 꾀, 슬기가 나오니, '됫글로 배워 말 글로 쓰는 사람'도 나올꺼고, 그 꾀를 지혜라 진서(眞書한자)로 말하는 모양인데 이 지혜가 없으면 이 사회와 내 마음의 도적놈을 잡아 죽일 수가 없다고 하느니라. 이 말씀이 서산대사로부터 나왔다고 하더라.
져줄 수 있으면 밑에 내려 앉고, 상대가 원하면 한 발 물러서 줘야 100리 길을 같이 걸을 수 있고, 네가 미찌지 아니하면 동업이 안된다더라.
그런데 세 살 버릇 심술, 심통있는 사람과는 헤어지거라.
4. 사귀고 있는 친구란 뭔가?-외조부님으로부터
날이면 날마다 술고주망태가 되어 귀가하는 아들 놈이 "친구 없으면 난 못 살아! 친구가 최고야"라기에, ..
어느 날 아버지가 "그 없으면 못 산다는 친구가 역시 너 없으면 못 살테니 그런 고마운 친구를 불러 거나하게 술 한 번 먹어보자"며 돼지를 잡아 가진 양념에 술을 고리짝에 담고 검은 보자기로 쌓아맸다.
그 당시에는 시집못 간 처녀는 물론 애가 죽었을 때는 '꺼릴 기(忌)'라고 하여 문상오는 법이 없지만 어린애가 죽었다며 같이 따라가 묻자는 통발을 했다.
그런데 그 죽고 못산다는 아들 친구녀석들은 하나도 안 나타나고 어쩌다 길에서 뵙던 아버님 친구들만 찾아와 "안됬다', '불쌍하다"며 혀를 끌끌 차며 애석해 했다.
이 열린마당 역시 불쌍하다며 어느 정도 서로 의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다. ㅋㅋ 그러나 이 우애어린 '불쌍타' 함을 거절하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니깐드루,..교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