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바 '사람이 이미 자기 뜻을 표시한 의견을 내놨으면 얼른 마음이 바뀌어 이미 이야기한 내용에 반대하는 주장을 금지'한다는 금반언(禁反言)이 있다. 이를 상법에서는 금반언 법리, 외관(外觀)주의라며 소중히 다룬다. 그야 물론 의견을 과연 뒤집었는지를 분명히 살피고 나서입니다.
그 자기 주장이 틀렸기에 취소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그 '절대적' 진리가 없기에 진실에 합치되는가를 추궁하고자 함이 아니요, 상대방과의 그 상대적 의견을 보존하기 위해 영국, 미국의 상법을 따 온 것이겠습니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한 말 또 하고, 또 함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넷상에서 자기 글을 지우면 댓글 달았던 사람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게 아니라 댓글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 겁니다.
말을 취소못하는 이 금반언제도는 중국에서 이미 당나라 이전에 통용되던 상례(常例)로서, 자신이 한 말을 지우려 하지 않는 성품을 가진 시인 중에서 제위시인을 뽑았습니다.
영국의 계관시인(poet laureate) 처럼 경축사, 임금님 등극경하사, 조의제문을 짓던 문인.
그 중 말도 안되는 시를 쓴 동화작가와 걸맞는 사람이 있섰으나 자기 글을 불살라버리지 않았기에 다음과 같은 민화가 전해집니다.
이태백;달을 쳐다보니 그 생김새가 술잔올리는 옥소반 같고야!-옥반
백락천;달 속에 옥토끼와 하마가 있구나.-옥토은섬
회남자 유안;세 발 달린 가마귀(삼족오)가 있도다.-일중유준오
..................................졸따 멸절의 문명,~. p. 184
제발들 글을 몽땅 지우지 말기를. 물론 불도저처럼 상대말이라면 내용 없이, 격려 없이, 대안 없이, 그냥 쌍말로 조져버리지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