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
지난 몇주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15만여 명에 달하는 병력을 배치하고 벨라루스와 함께 합동 군사 훈련을 진행하며 국제 사회에 긴장감을 고조시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것 아니냐는 서방의 비판도 전면 부정해왔다.
그러나 그는 이번 주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에 대해 독립된 지위를 승인하고 자국의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데 이어 실제로 우크라이나 일부 도시에 공격 명령을 내리는 등 국제 사회가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나게끔 만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국 군대를 철수하는 조건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게 동유럽에서 NATO 영향력을 축소시킬 것과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내세웠다. NATO로 인해 자국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일컫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러시아가 마주한 안보 위기는 오래전부터 그가 주장해온 것이다. 특히 2014년 12월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이뤄진 연례 기자 회견에서 그가 답변한 내용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 중이었던 BBC 소속 존 심슨은 푸틴 대통령에게 "서방을 포함한 전세계가 신냉전이 도래했다고 믿고 있다"며 "또한 푸틴 대통령이 이를 촉발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 서방에 신냉전을 이어갈 의사가 없으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현재 세계 정세에 긴장을 일으킨다고 말씀하셨는데"라고 운을 떼기 시작해 "러시아는 자국 이익을 수호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 누구도 침략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긴장을 유발하는 행동을 벌여서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에 반감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기자가 언급한 항공기 위협과 관련해 "러시아는 과거 감시 목적으로 구소련이 벌였던 항공 정찰을 일찍이 1990년대에 중단한 것을 알고 있느냐"며 "반면에 미국은 핵무장을 탑재한 채로 항공 정찰을 지속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는 무엇 때문인가, 누구를 겨냥한 것이냐"며 "그렇다면 누가 위협 받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겨우 2개의 해외 군사 기지를 두고 있다"며 "그 역시 해당 지역에서 테러가 만연하게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의 해외 군사 기지는 전세계에 퍼져 있다"고 지적하며 "그런데도 러시아가 위협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냐"며 "도대체 미군이 전술핵무기를 가지고 유럽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어 "러시아는 2015년에서야 국방비를 인상했는데 (2015년 기준) 미화 500억 달러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펜타곤의 국방 예산은 5750억 달러에 이르니 러시아보다 열배 이상 지출하고 있는데, (이를 알고도) 러시아가 위협적인 정책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것이냐"고 답변을 이어갔다.
유럽 지역에서 NATO와 관련해서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병력을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국경으로 보내고 있느냐"며 "NATO 군사 기지와 다른 군사 인프라 시설을 러시아에 가까이 보내고 있는 것이 누구냐"며 "아무도 이와 관련 러시아의 입장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들 '러시아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라며 '모든 국가는 자국 안보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만 주장하는데 러시아 또한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겨냥해 "탄도요격미사일제한조약(ABM Treaty)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 누구냐"며 "미국이 조약에서 탈퇴해버리고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은 전략미사일 방어진지를 알래스카 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근접한 루마니아와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 그는 "우린 WTO 가입을 위해 19년 이상 논의해 왔으며 많은 사안들에 대해 합의하기로 동의했다"며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적절하게 행동했는데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여했다. 이는 WTO 규칙과 UN헌장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